본당 중심 신앙생활 넘어 ‘삶의 미사화’ 위한 상상력 발휘하자

(가톨릭평화신문)
▲ 코로나19 확산으로 공동체 미사가 중단됐던 시기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을 찾은 몇몇 신자들이 드문드문 앉아 기도를 바치고 있다. 텅 빈 성당은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교회가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지, 변화를 받아들여 새롭게 시작할지는 구성원들에게 달렸다. 가톨릭평화신문 DB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원장 김동원 신부)은 5일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연구원에서 ‘코로나 사태에 대한 진단과 이후의 사목 방향 모색’을 주제로 제11회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 가톨릭신문사와 공동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개인 영성생활 △신앙공동체 △가정과 청소년 △교회와 사회 △국제 관계 △우주적 생태 관점의 맥락과 흐름 등 6개 분야를 선정, 각 분야 전문가에게 현실 진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살펴봤다. 세 차례에 걸쳐 발표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제3발표-코로나 사태와 교회 : 인간 구원의 성사인 공동체

김정용 신부(광주대교구 사목국장)





김정용 신부는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을 종교 집회와 활동을 위축시키는 차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다”면서 “종교 존재의 이유, 종교적 실천 전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종교가 코로나19 사태를 스스로 새롭게 성찰하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기회로 여겨야 한다고 본 것이다.

김 신부는 초기 그리스도교가 질병 시대에 직면했던 시절을 상기했다. “그 시대에 그리스도교가 신뢰할만한 종교로 육화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도인이 복음 정신을 그 시대 상황 속에서 구체적으로 살고, 당대의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함께함으로써 가능했다는 관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교회가 직면한 공동체성에 초점을 둔 김 신부는 “코로나 사태 앞에서 우리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신앙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가 선포하는 희망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인가”를 되물으며 “이런 물음 앞에서 우리가 모든 해법을 명쾌하게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망의 탐색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또 미사 중심, 전례 중심, 성직자 중심, 성당 중심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며 “본당이 세상 사람을 위한 구원의 성사, 구원의 공동체로서 현존하기를 지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는 성직자 중심에서 하느님 백성 중심으로, 성당 중심에서 일상(세상) 중심으로, 교회 중심에서 예수 그리스도 중심으로 중심이 이동돼야 한다고 했다.

김 신부는 “신자들과 함께하지 않는 미사의 경험은 사제들에게 많은 생각 거리를 남겼으리라 본다”며 비대면 시대에는 성직자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시대에 사제의 영적 권위는 직무적 권위 자체가 아니라 신뢰와 소통, 인격성과 봉사에 의해서만 비로소 존중받을 수 있다. 더불어 본당이 성직자 중심주의에 좌우되지 않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소통 구조의 확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신자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본당을 체계화하고 구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사 전례의 의미를 본당 영역에만 한정시키는 사고를 경계했다. 그는 “본당은 신앙생활의 시작점이고 신앙은 세상 속에서 완수된다”며 “성체성사는 타인과 이웃을 위한 헌신으로 완성된다”고 했다. 미사에 참여하고 성체를 모시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리스도의 희생을 이웃과 나눌 때 미사 참여의 의미는 비로소 완전해진다.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 시선, 삶의 방식, 성령의 이끄심을 더욱 체질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김 신부는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속해 있는 가정과 직장, 지역과 사회에서 그리스도인다움을 삶으로 증언함으로써 하느님 나라와 그 가치를 추구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확산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신부는 교회가 세상 속에서 타인을 위한 존재로 부름 받았음을 일깨우며 “교회는 세상 한가운데서 ‘나’와 ‘너’의 자유롭고 인격적 만남을 통해 이뤄지는 ‘우리’가 되도록 부르심을 받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제4발표-코로나 시대의 신앙 : 종교사회학적, 교회론적 전망에서

정희완 신부(안동교구, 가톨릭문화와신학연구소장)






정희완 신부는 일본에서 선교 사제로 사목하는 빌 그림(메리놀회) 신부의 인터뷰 기사를 언급하며 “메리놀 선교 신부의 지적처럼 교회가 다시 시작(restart)할 것인지, 새롭게 시작(renew)할 것인지는 우리 신앙인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면서 예전 모습대로 교회가 ‘다시 시작’하기만을 기대하고 있는지, 아니면 코로나19의 경험에서 교회의 전반적 모습을 새롭게 성찰하고 ‘새롭게 시작’할 것인지를 말이다.

그는 전례와 성사에 대한 확장된 이해와 상상이 필요할 때임을 강조하며 온라인 미사를 둘러싼 신학적 논쟁을 소개했다. 정 신부는 공동체 미사가 중단된 뒤 대안으로 제시된 온라인 미사에 대해 “텔레비전 미사와 온라인 미사는 보는 것이지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성적 참여, 가상적 참여의 의미를 새롭게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이며 “온라인 미사의 유효성과 정당성이 아직 인정되는 것 아니지만, 온라인 전례에서 기술의 사용에 대해 좀 더 열린 태도가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전례를 거행하는 일이 성직자만 가능한 점을 지적하며 “코로나19로 공동체 미사가 중단되면서 결국 전례와 성사에서 배제되는 경험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회 생활의 핵심인 전례에 신자들이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 신부는 “과연 전례는 누구를 위한, 누가 거행하는 것인가에 대한 뼈아픈 질문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며 “전례는 복합적인 신학적 논의를 포함하고 있어 쉽지는 않겠지만, 코로나 시대에 교회는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례 문제에서 명심해야 할 점은 전례 형식이 아니라 전례가 지향하는, 전례 안에 내포된 궁극적 의미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실제 전례 안에서 그 깊은 의미와 전례의 효과, 힘을 알고 느끼는 신자는 과연 얼마나 되는 것일까. 정 신부는 “코로나 사태가 전례에 던지는 도전은 기존의 전례가 신자들에게 과연 어떤 모습과 의미로 받아들여졌는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요청한다”고 분석했다.

정 신부는 신앙생활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상상을 제안하며 이동과 대규모 모임이 제한됐을 때 “가까운 이웃이 모여 함께 성경 말씀을 듣고 식사의 친교를 나누는 것이 넓은 의미에서 미사의 정신을 영성적으로 수행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상의 예식화와 삶의 미사화에 대한 폭넓은 상상이 필요한 때라며 “공소 예절과 말씀의 전례를 다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는 본당이라는 공간과 장소를 중심으로 수행해 왔던 신앙생활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줬다. 코로나19로 기존 본당 생활을 통해 신자들은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신앙을 성숙시키고 영성을 성장시키는 교육과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현실이 드러났다. 정 신부는 “신앙생활의 무게가 전례와 성사 중심의 교회 생활에서 영성적 차원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옮겨지고 있음을 발견한다”며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신앙 성숙과 영적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신자들이 깨달아 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정리=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