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 하나] 교구사제의 영성이란? / 김의태 신부

(가톨릭신문)
사제가 되기 위한 관문 가운데 대학원 1학년 과정인 ‘영성 심화의 해’를 소개하고 싶다. ‘영성 심화의 해’란 말 그대로 신학생들의 영성을 심화하는 단계로 해당 학생들은 전체 학생 공동체와 떨어진 독립된 공간에서 1년간 ‘특수한 기도’를 바치며 살아가게 된다. 이 ‘특수한 기도’란 공동 전례와 더불어 매일 한 시간씩 성경 말씀을 묵상하는 것을 말한다. 마치 기도하러 산에 오르셨던 예수님(마태 14,23)을 몸과 마음으로 닮기 위한 소중한 시간이다.

대략 15년 차 신부님들부터 이 예수회 이냐시오 묵상법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유학 생활을 하면서 각 수도회의 존재 이유인 여러 영성 생활(베네딕토 영성, 프란치스코 영성, 가르멜 영성, 살레시안 영성 등등)이 살아 숨 쉬고 있으며, 더욱더 주님과 수도회에 헌신하기 위한 자양분임을 알게 되었다.

다시 신학교로 돌아와 교수 신부 소임을 맡으면서 2016년 교황청 성직자성에서 발표한 새로운 사제양성지침서인 「사제성소의 선물」을 접하게 됐다. 교황님께서 사제들에게 자주 하셨던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되기를 바라는 교황님 마음이 담긴 지침서다. 이 지침서에는 특별히 ‘교구사제의 영성’이란 주제가 등장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주제에 대해 개념이 잡히지 않아 은연중에 자주 ‘교구사제의 영성이 무엇일까?’라고 스스로 묻곤 했다. 분명 ‘수도회 영성처럼 교구와 교구사제 정체성을 드러내는 영성’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잘 몰랐다.

이 주제에 대해 지침서 「사제성소의 선물」 71항에서 밝힌다. 교구 사제의 영성은 자신이 속한 교구 또는 장차 직무를 수행하게 될 교구에 사심 없이(selfless) 헌신하는 것이며, 주교와 다른 형제 사제들과의 친교 안에서 하느님 백성을 위하여 생각하고 일하는 방식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내용을 묵상하며 교구사제 영성에 대한 내 무지함을 반성한다. 그리고 교구에 헌신했지만 적당히 행동했던 마음도, 주교님과 사제단에 친교를 이뤘지만 몸과 마음이 항상 일치하지 못했음도 반성한다.

사실 주교님을 비롯한 사제단의 일치는 교황님께서도 강조하신 ‘공동합의성’(synodality)이라는 주제와 많이 닮았다.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란 뜻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개인보다 원(one)팀이 지닌 시너지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가톨릭 전례가 언어는 달라도 하나의 예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신자로서 큰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중요한 것은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이루려는 노력이 아닐까? 서로에 대한 더 큰 배려와 존중, 그리고 영속적인 대화를 통해 주교님을 비롯한 사제단 500여 명, 그리고 모든 교구민이 서로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교회가 되기를 꿈꿔 본다.


김의태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