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균형 발전 위해서는 종교와 지역사회 협력 필수”

(가톨릭평화신문)
퇴임 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지방시대위원회 우동기 전 위원장이 활짝 웃고 있다. 우 전 위원장은 지역발전을 위해 종교와 지역사회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시대위원회는 지역이 주도하는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국민 모두가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최근까지 위원장을 맡은 이는 대구가톨릭대 총장과 영남대 총장·8~9대 대구시 교육감 등을 역임한 우동기(파스칼) 박사다. 다만 우 위원장은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러 사정을 고려해 지난 5월 2일 퇴임해 현재 현직은 아니다. 인터뷰는 퇴임 전인 3월 말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됐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과 레오 14세 교황 선출 등 예상치 않았던 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인터뷰 게재가 예정보다 늦어졌음을 미리 알린다.



종교와 지역사회 협력은 필수, 각종 병리 현상 함께 해결해야

대학교수와 대구시 교육감·대학 총장 등 오랜 세월 교육계에 종사한 교육통인 우동기 위원장은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종교계와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2011년 대구에서 학교폭력으로 한 학생이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교육감으로 있을 때여서 ‘학교가 못 해주는 인성 교육을 영성에서 찾자. 어떤 종교든 좋다’라고 생각해 가톨릭 등 대구 지역 6대 종단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주일학교에 예산을 지원하고 주일학교 교사들에게 상담연수를 30시간씩 시켜줬습니다. 또 학교 안에 종교 동아리를 만들지 못하도록 했던 규정을 없애고, 종교 동아리를 지도하는 교사에게도 가산점을 줬습니다.”

이어 아이들을 지도하느라 지친 교사들을 위해서도 대구대교구 한티성지·원불교 연수원 등 종교계와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했다. 그러자 구체적 성과가 도출되기 시작했다. 2012년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는 응답률이 4.73%이었던 게 2013년 0.8%로 뚝 떨어졌고,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교사들의 심신안정도 눈에 보일 정도로 나아졌다.

우 위원장은 “종교계 영성이 우리 사회의 폭력성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한다”며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각 종교가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종교 간 대화, 사회적 책임과 공동체 의식을 갖고 지역의 비전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천주교에는 피정이 있고, 개신교에는 기도회가, 불교에는 템플스테이, 원불교에도 좋은 연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습니다. 지금 아이들에게는 인성·자살·학교 폭력 문제가 있고 부모들의 학대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교사가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일도 있지 않았습니까? 이런 문제는 종교계가 갖고 있는 영성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종교계가 그 역할을 안 해주면 산업화 시대에 일어나는 이런 병리 현상은 절대 고칠 수가 없습니다.”
우동기 전 위원장이 2024년 10월 글로벌 휴양도시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지방시대위원회 제공

지역 균형 발전의 핵심은 교육과 의료 서비스 확충

최근 100대 기업 본사 86%를 비롯해 IT 및 벤처기업 등 지식·정보, 그리고 대학·R&D(연구개발) 기능 등이 수도권에 몰리면서 지역 소멸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2022년 한국산업연구원(KIET)은 ‘K-지방소멸지수 개발과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46.5%에 해당하는 106개 지역이 지방소멸 위험지역으로 나왔고, ‘소멸위기’에 직면한 지역이 59곳이나 됐다. 지방에 고임금·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 위원장은 “지방의 교육과 의료 서비스 확충을 통해 이를 타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역대 정권이 펼친 교육 입시 정책은 오히려 수도권 집중이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번에 의대 정원을 늘리면서 지방에 83%를 배정했고, 수시모집에서 부모들이 보내고 싶어하는 의대·약대·치대·한의대 등 의학계열의 80% 이상을 해당 지역 고교 출신을 뽑도록 했습니다. 교육부에 있는 고등교육(대학) 정책을 시·도에 넘겨주는 방안도 추진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글로컬 대학(Glocal University)에 가톨릭계 대학들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방소멸과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면 5년간 최대 1000억 원이 지원된다. “현재 출산율과 인구구조로 볼 때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있는 가톨릭계 대학은 모두 어렵습니다. 하지만 글로컬 대학을 만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가톨릭계 대학끼리 통폐합 등 구조조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각 교구가 법인을 통합해서 운영하는 등 한국 교회 전체가 협력해야 합니다.”
우동기 전 위원장이 대구시 교육감 시절 산타 복장을 하고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영·호남 등 지역 간 화합과 협력 중요

현재 지역에서는 지방정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통합논의가 활발하다. 대구·경북, 부산·경남, 대전·충남이 광역 지자체 간 통합을 추진하고 있고, 전주·완주와 같이 기초 지자체 간 통합을 시도하는 곳도 있다.

우 위원장도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이를 적극 지원했다. “초광역권발전계획과 행정구역 통합 등 행정체계 개편은 지방자치 30주년을 맞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미래를 결정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초광역권발전계획의 경우 지방주도로 협력사업을 발굴해야 하고, 추진동력 확보를 위한 협의체 구성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중앙정부가 초광역 협력사업 추진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재정, 행정조직, 법·제도 지원이 가능합니다. 만약 개헌이 이뤄질 경우 자치입법권·자치재정권·계획권 강화 내용이 꼭 들어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간 화합이 중요하다”며 과거 경험담을 소개했다. “영남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자입니다. 2006년 총장으로 있을 때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제안했습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제가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동서화합의 상징적 의미’라고 말씀드리니 받기로 하셨습니다. 그때 ‘실사구시’란 친필 휘호를 주셨고, 화합 차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 ‘민족중흥의 동량’과 함께 걸어뒀습니다.”
 
지방시대위원회 우동기 전 위원장. 그는 퇴임 후 신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교리 교사로 활동하는 꿈을 꾼다.

좋은 교리교재를 만드는 꿈과 국토균형발전의 소명

1952년 태어난 우동기 위원장은 영남대를 졸업하고 일본 쓰쿠바대에서 사회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지금도 학생이다. 2012년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박사 과정에 진학했다. 공직을 마치면 신학 공부를 계속해 좋은 교리 교재를 만들고 교리 교사로 활동할 생각이다.

“박사 과정에 진학한 건 특별한 게 아니고 교리교사를 좀 잘해보려고 한 겁니다. 교리 공부를 해보니까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교재가 뭔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박사 과정은 지금 한 학점이 남아있고요, 로마에 가서 공부를 더 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틈틈이 교리교재를 쓴 게 있는데 좀더 보완해서 출판할 계획입니다.”

우 위원장은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와 고교 동창으로 오랜 인연이 있다. 그는 1999년 주님의 자녀가 되면서 세례명으로 ‘파스칼’을 선택했다. “파스칼은 목동과 수학자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수학자인 줄 알았는데 목동이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저한테 딱 맞는 겁니다.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자’는 게 제 신념입니다. 성경 말씀 중에는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을 주님께 맡겨라.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잠언 16,3)를 가장 좋아합니다. 첫 직장이던 국토연구원에서 처음 맡은 과제가 ‘수도권 정비 계획’입니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죠. 그러다 이 일을 맡게 됐는데 ‘아 이게 소명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