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가 청년에게 건넨 위로’…WYD 수퍼클래스

(가톨릭신문)

“오늘날 청년들에게 ‘희망’이라는 말은 고문처럼 느껴집니다. 이 희망 고문을 넘어설 수 없을까요?”


“많은 분이 고통을 겪는 분에게 고통의 의미나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어하는데, 누군가 그런 희망 고문을 한다면 무시하세요. 정말 필요한 것은 해결책의 제시가 아니라 그 고통 받는 사람에 대한 진정한 공감, 경청입니다.”


오늘날 청년들은 취업난, 경제적 불안, 고립, 심리적 어려움 등 많은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이런 고통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극복할 수 있을까? 11월 1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WYD 수퍼클래스에서 박승찬 교수(엘리야·가톨릭대학교 철학과)가 철학자들의 지혜에서 ‘고통을 넘어선 희망’을 전했다.


박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고통을 부끄럽게 여겨 감추고 도망치는 성향이 크지만, 육체적 고통은 물론이고 마음의 고통과 영적인 고통처럼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고통도 있다”면서 “고통의 의미를 찾는 것은 현대에서도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니체, 에피쿠로스, 토마스 아퀴나스, 보에티우스, 아우구스티노 등 여러 철학자의 성찰을 통해 고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설명했다.


박 교수는 “주변에서 나의 고통을 몰라주는 것처럼 고통은 홀로 느낄 수밖에 없다는 특징이 있다”며 억울한 누명으로 죽음까지 당한 보에티우스가 남긴 마지막 작품 「철학의 위안」에서 고통의 의미를 발견했다. 이어 고통을 이겨내고 진정한 행복을 찾은 아우구스티노의 생을 통해 고통을 이겨내는 비결을 찾았다. 박 교수는 “사랑의 힘만이 극도의 고통을 견딜 수 있게 한다”며 “공감하고 안아주는 것이 고통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단테의 「신곡」이 지옥 입구에 적혀있다고 전하는 “여기에 들어오는 모든 자는 ‘희망’을 버려라”라는 문장을 예로 들며, “어떤 불운을 겪고 ‘희망’을 지닌다면 불행이 되지 않지만, ‘희망’을 버린다면 그곳은 지옥이 된다”며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에겐 올라갈 길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의에 참석한 김예린(마르첼라) 씨는 “처음에는 추천을 받아서 참석했는데, 들을수록 교양을 넓혀 주는 강의였다”며 “신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주제의 명강의”라고 전했다.


WYD 조직위 기획사무국 차장 이상진(아모스) 신부는 “WYD 수퍼클래스는 명사의 좋은 강연을 누구나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한 자리”라면서 “더 많은 분이 이 좋은 강의에 함께하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다음 WYD 수퍼클래스는 2026년 1월 10일 완화의료(노유자 수녀)를 주제로 열리며, 강연 1개월 전부터 WYD 홈페이지(wydseoul.org)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이후 3월 신학(조동원 신부), 5월 문학(최은영 작가), 7월 유전체 과학(구본경 교수) 주제로 이어진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