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란 말 무색, 정확한 일처리에 신뢰 상승

(가톨릭평화신문)
▲ 무인기에서 환자들을 안내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근무자.



수원 팔달구에 자리한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진단검사실에는 채혈과 소변 등 각종 검체가 매일 쉼 없이 들어온다. 검체가 도착하자마자 한 청년이 이를 빠르게 정리해 의료용 냉장고 등으로 옮긴다. 발달장애인 A씨가 처음부터 이처럼 능숙하게 일을 한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검사용 소변을 조금 흘리자 아예 전부를 쏟아 버리는 사고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기에게 맡겨진 검사 대상물 전송에 관한 한 아주 정확하게 일을 하고 있어서 직원들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다.

무인수납기 앞에서는 또 다른 청년이 외래 환자 등 방문객들에게 수납기 사용법을 안내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방문객들은 궁금한 점을 묻느라 B씨가 발달장애인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는 모습이 아니었다.

성빈센트병원에는 이들과 같은 발달장애인 직원 16명이 근무하고 있다. 무인수납기 안내 직원이 9명으로 가장 많고, 검체 전송 2명, 식재료 손질, 열쇠 관리, 소독 물품 포장, 소독 기구 세척 및 정리 각 1명이다. 병원 측은 이들에게 2019년 기준 시간당 8350원의 최저임금에다 업무에 따라 300~500원의 추가 임금을 지급하고, 복리후생은 직원에 준해 대우하고 있다.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을 통칭해서 부르는 발달장애인은 신체나 정신적인 발달이 더디거나 멈춘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에서 채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성빈센트병원도 다른 곳과 비슷하게 발달장애인이나 중증장애인 채용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2014년 장애인을 채용하자는 인사팀 제안에 대해 발달장애인의 어눌한 말투나 행동 때문에 함께 일하는 걸 꺼리는 직원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발달장애인을 환자와 마주치지 않는 부서에 배치했다가 점점 환자를 상대하는 부서로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점점 업무에 익숙해지고 직원들에게 먼저 인사하는 경우까지 생기면서 직원들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의 벽도 점점 허물어졌다.

이렇게 장애인 채용을 늘리면서 성빈센트병원의 장애인 고용률은 현재 3.12%를 기록하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의료업종 장애인 고용률이 보건업 1.94%, 종합병원 1.89%, 일반의원 1.23%다. 이 수치와 비교할 때 수원 성빈센트병원의 장애인 고용률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발달장애인과 중증장애인 채용 비중은 압도적이다. 현재 계약직으로 채용한 전체 장애인 직원 29명 중에 발달장애인은 16명으로 비율로는 55%에 달한다. 또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 뇌전증(간질)을 합치면 성빈센트병원이 채용한 중증장애인은 26명으로 3명을 제외하면 모두 중증장애인이다.

또한, 성빈센트병원에서 근무했던 장애인 직원 중에는 조경 일을 배워 퇴사 후에 장애인 지정을 취소하고 비장애인과 똑같은 조건으로 재취업한 사례도 있고 편의점 직원으로 일하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도 늘고 있다.

성빈센트병원 박철현(요한 보스코) 인사팀장은 “빈센트 성인의 영성을 실천하기 위해 2014년 제안한 장애인 채용이 자리를 잡아 보람을 느낀다”며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중증장애인들의 채용이 꾸준히 유지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