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현장에서] 대도시의 불빛과 그림자

(가톨릭평화신문)
▲ 강혁준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73~74항을 통해 오늘날 도시민들의 변화된 삶에 관하여 이야기하신다.

대도시의 거대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문화는 새로운 복음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느님과 사람, 환경이 관계 맺는 새로운 방식을 밝혀 본질적 가치들을 고취하는 복음화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서울은 어둠이 깔려도 꺼지지 않는 빌딩 숲과 교통체증이 끊이지 않는 대도시다. 다양한 생활방식으로 살아가는 모든 도시민은 교회가 관심 가져야 할 양들이며, 사목 대상이다. 특수사목 현장에서 늘 느끼지만, 아무리 도시가 발달하고 모든 것이 편리해져도 인간의 교만과 질투, 미움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도시민들은 다양한 일을 하며 산다. 재미있는 것 하나는 직장인 가운데 상당수가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겨도 터놓고 요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칫 진급과 평가에서 불리해질까 봐 참고 숨기기도 한다. 어려움은 감추고, 강한 모습으로 자신을 이미지 무장하는 것이 현대인의 습성 중 하나다. 사제는 이런 허상의 분위기를 진짜로 착각할 수 있다. 또 보이는 게 전부라고 믿는 사람들 앞에서 무기력감을 느낄 수도 있다.

만약 3살짜리 아기가 칼로 어른을 위협한다면? 어른은 무서워 도망가기보다 아기가 다칠까 봐 칼을 손에서 뺏어 치워줄 것이다. 어른은 아기보다 강하기에 베푸는 배려이다. 마찬가지로 예수님도 십자가 위에서 당신을 그 지경까지 몰고 간 이들을 원망하기보다 그들을 걱정하시고 용서를 청하셨다. 그래서 신앙인은 예수님의 위대한 사랑과 부활로 드러난 전능하심을 믿는 이들이다. 신앙인은 구원의 길 위에서 자신의 나약함이 문제 되지 않음을 믿는다.

서울소방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예방 차원의 ‘해피아트테라피’(H.A.T) 워크숍을 했다. 한 학생이 위험한 상황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 꿈을 완성하려면 큰 사랑이 필요하기에 주님께서 함께해주기를 속으로 기도했다. 도시에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사랑이 늘 필요하다.



강혁준 신부(서울대교구 직장사목팀 소방공원 사목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