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현장에서] 하느님에 관한 ‘고급 정보’

(가톨릭평화신문)
▲ 강혁준 신부



‘정보는 국력이다.’ 어느 정부기관 비석에 새겨진 글이다. 국가 운영도 정보가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 또한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변 정보들을 잘 습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요즘 정보는 홍수 같다. 그러기에 ‘가짜 뉴스’에 대한 식별 능력도 중요해졌다. 현재 서울소방학교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PTSD)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서울시 지원사업에 응모해 이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도 다양한 정보와 주변 사람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 신앙생활에도 ‘정보’가 필요하다. 바로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에 관한 정보다. 그분이 나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잘 느끼는 감각과 식별 능력은 곧 자기 이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성경은 오래전부터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에 관한 고급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시편 139편은 “내 형상이 생기기 전부터 나를 지켜봐 주시고, 돌보심이 너무 깊어 헤아릴 길 없어 그 신비에 그저 놀라고 감사할 일밖에 없다”고 노래하고 있다.

하느님과 사랑의 관계로 형성된 자기 이해는 자존감을 높여준다. 이는 자신감과 다르다. 자신감은 오직 자기 능력에 대한 신뢰에서 생기며, 자신보다 더 잘난 사람을 만나면 자기방어나 공격적인 성향을 띠게 만들 뿐이다. 그러나 자존감은 잘난 사람도 쉽게 인정해주며, 자기비하로 이어지지 않게 해준다. 엄청난 사랑의 배경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에 의하면, 포도밭 주인은 9시에 온 사람이나 오후 5시에 온 사람의 품삯을 똑같이 줬다. 잘나거나, 혹은 못나고 부족해도 그분은 한결같이 사랑하고 계신다. 내가 어떤 상태에 있더라도 하느님 사랑은 변함이 없다는 진리는 신앙인에겐 엄청난 든든함이다.

그렇다고 “그럼 아무것도 안 하고 엉터리로 살아도 되겠네”라고 여기는 것은 그 사랑을 온전히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 성경이 일러주는 ‘주님의 정보’가 자기 것이 된 신앙인은 자기방어나 자기비하에 쓸 에너지를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사는 데에 더 사용할 수 있다.



강혁준 신부(서울대교구 직장사목팀 소방공원 사목 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