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 (4)영성생활과 하느님 말씀

(가톨릭평화신문)
▲ 허성준 신부



2019년 4월 말 로마에서 열린 가톨릭성서연합 국제대회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말씀은 모든 교회 활동의 핵심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으며 우리를 가만두지 않습니다. 또한, 성경과 삶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한 쌍의 단어입니다!” 즉 성경과 삶이 결코 분리되어서는 안 됨을 강조하셨다.

우리는 복잡하고 시끄러운 이 세상 한가운데서 어떻게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서 잘살아갈 수 있을까? 다시 말하면 어떻게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됨의 길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을까? 이 물음은 현대의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화두와 같은 질문이다. 진실로 그리스도인들이 그분의 참된 제자됨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먼저 그분이 누구신지를 정확히 알아야 하며, 그분을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하느님의 말씀을 가까이해야 한다. 말씀과 인격적인 만남을 가질 때, 우리는 빗나가지 않고 그분을 온전히 따라갈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 가운데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을 제대로 읽고 묵상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영성생활은 메마르게 되고 쉽게 감각주의나 감상주의 혹은 열광주의에 떨어질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리스도인의 영성생활은 말씀 안에서 그분과의 깊은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살아계신 주님을 철저히 따라가는 생활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수도승이자 성경학자로서 우리에게 불가타(Vulgata) 라틴어 성경을 전해준 히에로니무스(예로니모) 성인은 “성경을 모르면 결코 그리스도를 알 수 없다!”라고 말하였다. 이 말은 교회의 여러 문헌 안에서 자주 반복되어 인용되고 있다. 즉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성경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경을 모르면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를 참되게 따를 수도 없다. 그래서 교회는 초대 교회 때부터 줄곧 하느님 말씀인 성경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해 왔다. 특별히 고대 교회의 교부들은 한결같이 성경의 중요성을 직시하고,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말씀으로부터 참된 영적인 힘과 생명력을 얻고 그리스도를 충실히 따라가야 함을 언제나 강조하였다.

우리의 영성생활은 철저히 하느님 말씀 안에서 말씀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매일 구원의 샘터인 말씀에 다가가, 그 안에서 주님을 맛보고 그분을 닮으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일상에서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을 읽고 묵상하지 않으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충실히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영성생활의 중심에 말씀이 있어야 함을 다시 한 번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런 면에서 그리스도인은 성경을 늘 가까이 접하고 자주 읽고 묵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동시에 본당 공동체적으로도 전례 공간인 성당 안에 성체와 말씀이 함께 강조되도록 배려하는 것도 신자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말씀과 성체에 대한 강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예로 성당이나 경당의 제대 위에 하느님의 말씀을 펼쳐놓고, 그 옆에 상징적으로 등이나 촛불을 켜 놓을 수도 있다. 그래서 성당이나 경당 내에 두 개의 불빛, 즉 성체등과 말씀등이 항상 켜져 있도록 하여 상징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허성준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