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 25m 철탑서 농성 80일 넘겨

(가톨릭평화신문)
 
▲ 서울 강남역 7번 출구에서 바라본 고공농성 현장.

 

 
▲ 농성 중인 김용희씨.

 

 


서울 강남역 사거리 CCTV 관제 철탑에는 사람이 산다.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는 삼성전자 본사가 내려다보이는 25m 높이 철탑에서 80일 넘게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김씨는 삼성에서 노조 활동을 하다 해고된 이후 25년 동안 투쟁을 이어왔고 6월 10일 마지막을 결심하며 철탑에 올랐다. 환갑을 맞은 김씨는 이미 7월부로 정년 퇴직일이 지난 상황. 김씨는 삼성의 사과와 명예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김씨가 몸을 맡긴 철탑 위 상황은 상상 이상으로 열악하다. 김씨는 중앙을 관통하는 쇠기둥을 피해 지름 1m 남짓한 공간에 새우처럼 몸을 말고 지낸다. 55일 동안 단식투쟁을 하며 한여름을 보내느라 30kg이나 빠졌다. 철탑은 큰 차가 지나가거나 바람이 불 때면 크게 흔들린다.

농성 천막을 지키는 동료 해고노동자 이재용씨는 “의료진이 하루빨리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고 권하지만, 투쟁이 길어질 것 같다”며 “아무 응답이 없는 삼성과 정부를 움직이려면 종교ㆍ사회 단체의 관심과 연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촛불 문화제를 담당하는 전비담(엘프레다)씨는 “소속 노조도 연대 단위도 없이 김씨는 홀로 목숨을 걸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며 “종교계가 파인텍 노사 협상에 큰 역할을 했듯이 이번에도 관심을 가지고 중재자로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가톨릭 신자들은 8월 셋째 주부터 김씨를 위한 토요기도회를 시작했다. 앞서 개신교 향린교회에서 시작한 릴레이 기도회에 동참해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역 7번 출구 농성 천막 옆에서 기도회를 연다. 8월 24일 열린 기도회에는 임미정(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수녀 등 10여 명이 참석해 조촐한 기도회를 시작했다.

김용희씨는 “사회의 낮은 곳과 어두운 곳에 투신하며 우리 노동자 문제에 큰 힘을 보태줘 너무 감사하다”며 전화 연결을 통해 인사를 전했다.

유은재 기자 you@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