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27주일 - 성실과 겸손으로 빛이 되는 신앙인

(가톨릭평화신문)
▲ 손희송 주교



중세 시대에 독일의 쾰른 대성당이 건립될 때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까마득히 높은 종탑 꼭대기에서 조각가 한 사람이 돌조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돌에 꽃잎 하나하나를 아주 정성껏 열심히 조각했습니다. 하루는 동료 한 사람이 다가와 물었습니다. “여보게, 무얼 그리 열심히 조각하고 있나? 저 밑을 내려다보게. 사람이 개미처럼 작게 보이는데, 누가 그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라도 하겠나? 대충해두게나.” 그러나 조각가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나는 밑에서 누군가가 보아주기를 바라지 않네. 내가 열심히 조각한 이 작품을 보아주실 분은 바로 저 위에 계신다네.”

신앙인에게 기준이 되는 것은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하느님의 눈입니다. 하느님께서 늘 사랑의 눈길로 우리를 바라보신다는 것을 믿고 그분 손길에 의지하면서 그분 뜻대로 살고자 노력하는 이가 참된 신앙인입니다. 그런 사람은 누가 보든 안 보든 맡겨진 일을 성실하게 수행합니다. 하느님과 반대되는 세력들, 억압과 폭력, 싸움이 판을 치더라도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성실함을 유지합니다.(제1독서)

참된 신앙인은 성실할 뿐만 아니라 겸손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무슨 선행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이 하느님 은총 덕분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자기 자랑을 하지 않습니다. 하느님 뜻에 맞는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켜 주시고, 그 일을 할 힘을 주시는 분은 바로 하느님 자신이십니다.(필리 2,13) 그렇기 때문에 믿음이 깊은 사람은 자기 본분을 다하고 나서도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라고 고백할 줄 압니다.(복음)

이런 성실하고 겸손한 자세는 교회 봉사자들에게 꼭 필요합니다. 하느님의 일꾼으로 부름 받은 이들은, 성직자든, 수도자든, 평신도든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이 주인이시라는 것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달이 태양으로부터 빛을 받아 빛을 전하듯이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빛을 받아 세상을 비추는 것입니다. 교만과 불손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진정으로 겸손한 이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주님께로 향하게 합니다. 그래서 집회서 저자는 “주님은 겸손한 이들을 통하여 영광을 받으신다”(집회 3,20)고 말합니다.

교회 공동체에 봉사하는 이들 중에서 사제와 주교는 올바른 가르침과 모범으로 신자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해야 하는 중대한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들은 성품성사로 축성된 사람으로서, 성사로 주어진 하느님의 은사, “힘과 사랑과 절제의 영”에 의지해서 용감하게, 고난마저 감수하면서 주님을 증언해야 합니다.(제2독서) 하느님 앞에서는 겸손하지만, 복음을 전하는 데에서는 용감하고 굳세야 합니다. 성품 받은 봉사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맡겨진 사명에 충실하도록 많은 기도와 격려를 보내면 좋겠습니다.



손희송 주교(서울대교구 총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