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현장에서] 기저귀를 빨면서도 감사한 나날들

(가톨릭평화신문)
▲ 박경옥 원장



여성의 집에는 문제를 가진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가출 부녀자는 심한 가정폭력을 피해 어린 자녀를 업고 찾아왔다. 손에는 조그만 지갑 외에 본인의 옷은 물론, 아기가 입고 먹을 것도 없었다. 막막했다. 교육을 받는 동안 이곳에 머물 수는 있었지만 계속 함께 살 수는 없었다. 파출 일을 해도 문제였다. 아기를 업고 일터로 가는 여성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이런 이유로 돌보게 된 아이가 두 명이었다. 그 아이들을 돌보며 주님께 물었다. “젊은 여성들이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보겠다고 용기를 냈는데,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아기들을 위해 보육할 곳을 만들었다. 성경에 ‘아가페’(사랑)란 말에서 이름을 따 ‘아가방 탁아원’(1982년 개원)이라고 지었다.

당시 한국에선 24시간 보육하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기사를 보고 무작정 상경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이유는 다양하고도 비슷했다. 일부 여성은 돌려보냈지만 그럴 수 없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오랜 기간 머물게 해줄 공간도 없었다. 문제는 당장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식사는 물론, 잘 곳과 생활에 필요한 옷과 침구, 유아용품을 제공해야 했다.

가장 먼저 아기 엄마를 교육한 후 침실이 제공되는 일자리를 찾아 소개했다. 일자리는 교회가 운영하는 수도원, 기도의 집, 병원과 신학교였다. 함께 데려온 아기는 아가방 탁아원에 일정 기간 맡아주며, 부모로서 책임감을 느끼게 하도록 대가를 지불하게 했다.

아가방 탁아원에 처음 들어온 5명의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고, 이유식을 만들어 먹였다. 천 기저귀도 빨아야 했다. 생각보다 많은 일손이 필요하게 됐고, 회원들과 가까운 대림동본당 신자들이 와서 빨래를 도왔다. 아기들이 깨끗한 기저귀를 사용할 수 있음에 감사한 나날이었다.



박경옥 원장(모니카, 서울 가톨릭 여성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