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민 신부의 별별 이야기] (15)왜 나만 이런 일을 겪을까(상)

(가톨릭평화신문)


50세 중반의 체칠리아씨는 대인관계로부터 시작된 심리적 문제를 안고 어렵게 상담실을 찾아왔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마지막 실오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상담을 청했다. 체칠리아씨는 스스로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우울과 무기력을 체험하고 있었고 친한 지인조차도 사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만날 수 없었다. 게다가 자신을 보호해줄 그 누군가가 없으면 혼자서 외출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체칠리아씨는 이러한 증상들이 발생하게 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것은 지금까지 겪어온 이해되지 않는 일련의 사건들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중 몇 가지 일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택시를 탔는데 행선지를 묻는 기사에게 “일단 강남 개포동 쪽으로 가주세요. 제가 약속장소를 확실히 몰라서 그러는데 친구랑 통화하면서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기사는 갑자기 화를 내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자신을 뭐로 보고 그런 말을 하느냐면서 행선지도 모른 체 택시를 타는 몰상식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윽박질렀다. 자신이 이리 가라 하면 이리 가고, 저리 가라 하면 저리 가는, 당신의 개인 운전기사로 보이느냐며 호통을 치고 화를 냈다. 너무도 무섭고 당황한 나머지 체칠리아씨는 만 원 한 장을 건네면서 자기를 그만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택시기사는 자신을 돈으로 농락하느냐면서 더욱 화를 내기 시작했으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결국, 차를 세우고 택시에서 내린 체칠리아씨는 그 후 곧바로 살해위협을 당했다고 한다. 분을 못 이긴 택시기사가 보도블록 위를 걷는 자신에게까지 차를 돌진하여 자신을 넘어뜨린 후 줄행랑을 쳤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에게 흔히 일어나지 못할 법한 일들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아침 무렵 서울의 한 지하상가 매장들을 둘러보며 지나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자신에게 어울릴 것 같은 신발을 발견한 그는 매장 안으로 들어가 신발을 한 번 신어보았다. 막상 신발을 신어보니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는 주인에게 미안하다며 매장문을 나섰다. 그 순간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주인의 막말과 욕설이 등 뒤로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남의 가게에서 신발을 신어보고 그냥 가는 인간이 어디 있느냐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 놀란 나머지 체칠리아씨는 그 매장을 빨리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주인의 고함을 듣고 어느새 달려온 옆집 상가 주인들이 그를 둘러쌌다. 이들은 다 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신발가게 사장 편을 들면서 아침에 신발을 신어봤으면 신발을 사고 가야지 그냥 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협박을 하였다. 그러나 마음에 안 드는 신발을 어떻게 살 수 있느냐며 체칠리아씨는 끝까지 저항하였다. 그러자 그 상인 중 한 명이 재수가 없다면서 그의 얼굴과 몸에 소금 한 바가지를 퍼부어버렸다. 가까스로 그곳을 탈출한 체칠리아씨는 그 후부터 도심의 지하상가를 들어갈 수 없었다.

체칠리아씨는 자신이 미국에 있을 때 심지어 사람들과 마주치면 도망치는 너구리에게서조차 이런 취급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그는 여느 때처럼 저녁 식사를 한 후 산책을 나섰는데, 이때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먹을 것을 찾는 너구리와 마주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야생 너구리는 먹이를 찾아 마을 쓰레기통을 뒤지곤 하는데 이때 사람이 나타나면 도망가는 것이 상례이다. 그런데 그 너구리는 무서운 소리를 내며 자신에게 달려들어 타박상을 입혀 한동안 많은 고생을 하게 되었다.

체칠리아씨는 평범하지 않은 사건들을 지속적으로 체험하고 있었다. 인격적 모독이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처음 몇몇 지인들에게 이런 체험들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했지만, 더 큰 실망과 좌절을 체험할 뿐이었다.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한낱 꾸며낸 일로 생각하거나 재미있게 과장한다면서 곧이들으려 하지 않았다. 체칠리아씨가 망상 환자가 아니라면 과연 이런 일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까?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