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사순 제3주일 - 우물가의 여인처럼

(가톨릭평화신문)
▲ 임상만 신부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의 내면에 스며있는 영혼의 갈증을 보시고 그녀가 찾던 우물물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물을 주시는 내용이다.

“성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자에게는 필요하다”(마태 9,12)고 하신 예수님께서 뜨거운 광야를 걸어 영적인 치유가 절실한 한 여인을 위해 사마리아까지 찾아오셨다. 그리고 육신의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물을 길으러 오는 사마리아 여인의 모습 속에서 한 영혼의 목마름을 보시고 그녀에게 아버지 사랑의 깊은 관심을 보이신다.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이 여인은 우물물을 편하게 길어서 마시는 것이 자기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예수님께 말했다. 그러나 실상은 ‘행복’이라는 파랑새를 잡으려고 매 순간 몸부림치는 불쌍한 여인이었다. 그 행복을 외간 남자에게서 찾으려다 보니 어느덧 다섯 번이나 결혼하게 되었지만, 그녀가 바라던 행복은 결코 얻지 못하였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모든 것을 아시고 사랑의 관심으로 이 여인을 찾아주신다. 헐벗고 굶주린 영혼,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자기 스스로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그 영혼의 목마름에 대해서 예수님은 큰 관심을 갖고 손을 내미신다. 그리고 이 여인의 근본적인 문제는 우물물이 아니라 내면의 공허함 즉 영적 자유의 결핍임을 아시고 영적인 해결을 건네주신다.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것이다.”(마태 4,4) 우리가 겪고 있는 결핍의 문제는 당장 직면해 보이는 세상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영적인 목마름 때문에 생기는 것이기에 영적으로 해갈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행복에 이를 수 없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 먼저 우리의 목마름과 결핍을 보신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목마름과 결핍은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축복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헬렌 켈러는 자신의 장애로 인하여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으니 이 장애는 더 이상 장애가 아니라 축복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가서 네 남편을 불러 이리 함께 오너라”(요한 4,16)는 예수님의 말씀은 잘못을 책망하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죄 앞에 직면하여 회개함으로써 생수의 영적 충만함을 얻도록 이끌어 주시는 사랑의 축복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그의 「고백록」에서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위하여 저희를 만드셨나이다. 따라서 저희의 마음은 주님 안에서 안식하기 전 참 안식을 누리지 못하나이다”라는 말로 우리의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은 오직 예수님 안에서만 얻을 수 있게 만들어진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자신의 모든 부끄러움과 죄로 찌든 모습을 주님 앞에 온전히 내어 놓고 영원한 생수를 청해야 한다. 그러면 예수님께서는 사랑으로 우리 인생의 목마름과 결핍을 당신의 방법으로 완전히 해소해 주신다.

육신을 위한 물을 길으러 왔다가 예수님을 만나 ‘생명의 물’을 맛보게 되어 다시는 목마르지 않게 된 사마리아 여인처럼, 우리의 부족하고 목마른 현실도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축복의 우물이 될 수 있도록 회개하며 그분 앞에 다가서야 하겠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요한 4,14)



임상만 신부(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