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현장에서] 엄마니까 용기있게 살길 바랐지만…

(가톨릭평화신문)
▲ 박경옥 원장



여성의 집은 아기의 엄마가 안심하고 일을 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하도록 도왔다. 엄마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보는 ‘아가방탁아원’ 일은 필연적으로 여성의 집의 일이 되어갔다.

어느 날, 영등포역 부근 쪽방촌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작은자매관상수녀회 수녀님이 8명의 젊은 여성들과 함께 방문했다. 여성들은 매매춘 여성들이었고, 제각각 포대기에 아기를 업고 데려왔다. 매춘업소에서 임신이 돼 태어난 아이들로 아기 아빠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나는 함께 온 8명의 젊은 여성들을 나란히 앉게 했다. A4용지 한 장씩을 나눠줬다. 아기 엄마들에게 “아기를 위해 일하고 싶으냐”고 물었고, 이들에게 자필로 서약서를 쓰게 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엄마입니다. 엄마는 강해야 해요. 아기를 위해 책임을 다하는 용기 있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다음 날 젊은 여성들은 기초적인 교육을 받고 일을 나가기로 약속했다. ‘아가방탁아원’에 아기를 맡긴 엄마들은 대부분 번 돈에서 우윳값을 냈다. 감사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아기를 보러왔다. 그 여성들은 열심히 일했고 6개월, 1년이 지나 아기와 함께 독립했다. 방값이 저렴한 봉천동, 신림동 부근에 자리를 잡았다. 이 여성들을 돌봐주시는 수녀님도 달동네 판자촌에 살면서 아기들을 돌봐줬다.

하지만 아기를 맡겨둔 채 몇 달이 지나도 오지 않는 여성들도 있었다. 아기 엄마를 찾으러 일터에 갔지만 결국 아기를 입양 보내야 했다. 여성의 집을 찾아오는 이들 중에 어린 나이에 아기를 품은 10대들도 있었다. 어린 미혼모는 출산할 때까지 보호를 해주다, 아기가 태어나면 의논 후에 입양기관에 보냈다. 어린 산모는 산후조리를 한 후 10대 여성 보호시설에 보냈다. 이러한 일이 있을 때마다 가슴이 저리게 아팠다.



박경옥 모니카 서울 가톨릭 여성의 집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