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영성 이야기] (11) 모든 아이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가톨릭신문)


우리 부부는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함께 기도하며 아기를 기다렸다. 하느님의 은총을 믿었고 기도로 준비했으니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완벽한 아기를 주시리라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기가 발에 이상이 있어 태어난 다음 날 작고 약한 발목을 거꾸로 비틀어 깁스를 하여 교정하는 치료를 시작해야 했다.

혼자 아기를 데리고 가서 깁스를 하고 온 예로니모는 “아기가 많이 아파하지?”라고 묻는 나에게 “아기가 아픈 걸 어떻게 알아? 괜찮았어.”하며 나를 안심시켰는데 나는 어리석게도 그걸 그대로 믿었다.

하지만 그때 밖에서 혼자 한참을 울다가 들어온 것이었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그다음 주 병원에 함께 갔을 때 얼굴이 파랗게 될 정도로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 때문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지만, 더 마음이 아팠던 건 이 모든 걸 혼자서 겪어낸 예로니모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예로니모는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기도했는데 우리에게 왜 이런 아이를 주셨느냐며 하느님을 원망했었는데, 아마도 그건 우리가 많이 부족한 부모이기 때문에 더 많이 성장시키시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오히려 하느님께서 우리 부부를 참 많이 사랑하시기 때문에 이 아이를 주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교정과 수술을 하며 긴 치료 과정을 겪는 중에 둘째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 나는 불현듯 이 아이도 큰아이처럼 태어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와서 예로니모에게 그런 걱정을 얘기했다.

그런데 예로니모는 “아닐 거야. 하지만 혹시나 또 그런 아이가 태어난다면 우리가 다른 부모보다 더 잘 할 수 있잖아? 우린 한번 해봤으니까. 다른 부모보다 우리에게 태어나는 것이 이 아이에게 좋은 일이 아닐까? 아니라면 너무 감사한 일이고.”하고 말해주었다. 그 순간 신기하게도 나의 불안이 눈 녹듯 녹아 없어졌다. 남편이 큰 나무처럼 느껴졌다.

둘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고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첫째 아이를 낳을 때는 당연히 완벽한 아이가 태어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 더없이 감사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둘째 아이는 두 돌이 지나도 말문이 트이지 않아 애를 태우다가 세 돌 무렵 발달 장애 진단을 받았다. 우리 부부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하느님, 이건 너무하시는 거 아닌가요?’ 하고 따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사이 셋째도 태어나 첫째 아이의 발과 걸음걸이 교정, 둘째 아이의 언어 치료, 아직 돌도 안 된 셋째 아이를 돌보는 일 등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나가고 있었다.

넷째 아이를 임신한 것을 알았을 때는 더 캄캄한 터널로 들어선 느낌이었다. 장애 아이를 포함한 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근심 걱정 속을 헤매던 어느 날 내 마음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며 ‘선물’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선물이 항상 마음에 꼭 드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때로 실망스럽고 부담스러워 받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주신 분의 마음으로 생각해보면 받는 이를 깊이 사랑할수록 화려하고 비싼 선물보다는 그에게 꼭 필요한 선물을 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느님이 선물을 주셨다면 비록 지금 부담스러워 받고 싶지 않아도 내게 꼭 맞는 선물을 주시지 않으셨을까? 아! 이 아이는 하느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구나! 나를 가장 잘 아시고 가장 사랑하시는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라면 분명 내게 꼭 필요하고 내게 꼭 맞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더 이상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감사히 받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힘들게 키운 첫째·둘째·셋째 모두 우리 부부를 더 단단히 성장시키기 위한 하느님의 선물이었다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다. ‘한결같이 서로 도와 새롭고 온전하게 세상을 채울’ 우리 네 아이들, 아니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고유경 (헬레나·ME 한국협의회 총무 분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