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현장에서] 그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가톨릭평화신문)
▲ 조창운 수사



5월 성모님의 달을 맞아 20일 붉은 노을이 지는 저녁 어스름에 늘푸른자활의집 공동체 푸른 잔디밭에서 우리만의 작은 성모의 밤 행사가 있었다.

5월의 상쾌한 초저녁 바람을 타고 달콤한 아카시아꽃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그리고 바이올린을 전공한 20대 청년 거주가족이 연주하는 구노의 아베마리아 선율이 가슴을 파고들며 행사에 참석한 모든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성모님께 드리는 마음으로 쓴 글이 낭독되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다. 17년을 중독자로 고통스럽게 살아온 후회와 참회, 성모님을 향한 죄송함과 돌아온 탕자로서 용서와 은총을 간구하는 떨리는 목소리에 눈시울이 뜨거워져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공동체 거주가족들은 공동체 생활을 통해서 어렵고 위대한 것들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 생활 속에서 서로 격려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 서로 가르쳐주고 충고하는 것을 치료공동체 생활을 통해 몸과 마음에 새기게 된다.

또한, 인생의 근본적인 질문들을 자신과 동료에게 던지며 묻는다. ‘우리는 왜 태어났는가?’,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하는가?’, ‘우리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의미는 무엇인가?’ 상처와 분노, 우울과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 차 있던 마음을 비우고 긍정적인 자기 사랑으로 서서히 채워 가는 곳이 치료공동체이다.

그 밤 소박한 장미화관을 쓰고 계신 성모님께서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시며 지긋이 내려다보고 계셨다. 우리는 모두 묵주를 손에 들고 늘푸른자활의집 거주가족들의 치유를 위해 정성껏 묵주기도를 바쳤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벅차오르며 아름다운 성모의 밤 행사가 끝났다.

그날 밤 잠자리에서 천상병 시인의 시 ‘나무’를 꿈꾸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죽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조창운 예로니모 수사(그리스도 수도회, 늘푸른자활의집 시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