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현장에서] “우리 본당 신부님 담배 끊게 해 주세요”

(가톨릭평화신문)
▲ 김재덕 신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미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한 가지 방법을 찾았습니다. 집에서 ‘미사 지향’과 함께 주일 복음 말씀을 노트에 써오면 지향대로 미사를 드려 주겠다고 했습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습니다. 아이들은 연필로 꾹꾹 눌러쓴 글씨로 “엄마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아빠가 술 먹지 않게 해주세요”, “할머니께서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짝궁하고 친하게 지내게 해주세요” 등 여러 미사 지향과 함께 복음 말씀을 써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본당 신부님 담배 끊게 해 주세요”라는 지향이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지향은 우리 주일학교 친구들이 기도를 정말 많이 해야 하느님께서 들어 주실 것 같아요.” 그리고 위기를 슬쩍 넘겼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주도 또 그다음 주도 같은 지향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본당 신부님 담배 끊게 해 주세요.”

미사가 끝난 뒤에 아이들이 써온 주일 복음 필사와 미사 지향을 보면서 이제 더 이상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성무일도(시간전례)를 마치며 “예수님, 망했습니다. 완전 망했어요. 담배 끊어야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금연을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다음 주에 다음과 같은 미사 지향이 올라왔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의 기도를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당 신부님이 담배를 끊으셨어요!”

금연에 성공했냐고요? 그 뒤로 아이들은 한참 동안 “본당 신부님 담배 끊게 해 주세요”라는 미사 지향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당연히(?) 다시 담배를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한 아이가 오더니 “신부님, 왜 다시 담배 펴요? 담배 피우지 마요!”라고 말하길래 “너희가 신부님 담배 끊으라고 하느님께 미사 지향 올리지 않고 있잖아. 그래서 신부님도 다시 피는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다음 주부터 아이들의 미사 지향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열심히 담배를 참고 있습니다.



김재덕 신부(대전교구 대화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