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41) 신비체험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상)

(가톨릭평화신문)


세례받은 지 몇 년 되지 않은 가타리나 자매가 성령 체험과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다고 메일을 보내왔다. 자매는 세례받은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워낙 작은 성당이다 보니 교우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어서 처음엔 정말 행복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뿐, 어느새 사람들과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서로의 사생활이 너무 잘 드러나는 안 좋은 면도 경험하게 되었다.

결국, 가타리나 자매는 자신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여인들로 인해 큰 상처를 받게 되었고 세례받은 지 1년도 채 안 되어 성당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하느님을 만나 새 삶을 살게 되었다고 굳게 믿고 있던 터라 개인적으로는 신앙생활을 놓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집에서 혼자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며 참신앙인으로 살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가타리나 자매는 성령이 자신에게 내려오시는 영광스러운 체험을 했다고 고백했다. 기도할 때 켜놓은 촛불 속에서 성령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자매는 이 체험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 했고, 모든 천주교 신자들이 비슷한 성령 체험을 하는지도 궁금해했다. 자신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도 자신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잘 아는데 성령 체험 이후 하느님의 마음을 도무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사실 가타리나 자매는 이 경험이 너무 특별해서 본당 신부님을 찾아가 자신의 체험에 관해 말씀드렸다. 그러자 본당 신부님은 누구에게도 이 체험에 관해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으나 신부님은 무조건 순명하라고 하시며 함구령만 내리실 뿐이었다. 신부님께서는 왜 자신의 경험을 타인에게 발설하지 말라는 말씀을 해주셨는지, 그리고 정말 이 신비한 체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자매는 궁금한 점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추상적인 질문으로만 끝을 맺었다.

따라서 본당 신부님이 비밀에 부치라는 신비한 성령 체험이 도대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다 보니 그동안 상담을 통해 만났던 수많은 형제자매 중 특별히 자신의 영적 체험을 나누어주셨던 분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이분들은 하나같이 보통 사람들이 들으면 도통 이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조현병 증상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수 있는 경험들을 나누어 주셨던 분들이다.

그중 몇 분의 사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안나 자매는 위에서 소개한 가타리나 자매처럼 촛불을 켜고 기도를 할 때 성모님께서 촛농이 녹아 흐르는 모양 안에 나타나시면서 자신에게 영적 메시지를 전해주신다고 했다. 그런데 안나 자매는 이 영적 메시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주어 성모님의 뜻을 사람들에게 알리라는 성모님의 계시를 받게 되었다. 지인들에게 자신의 체험을 널리 알리는 일을 하느님의 소명으로 받아들이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마침내 자신이 속한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에게 먼저 자신의 영적 체험을 공개한 안나 자매는 성모님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도의 삶을 시작하였다. 그러자 몇몇 단원들은 발현한 성모님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 했고, 안나 자매는 촛농이 흘러내려 변한 성모님의 모습을 사진을 찍어 보여주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둘로 나뉘었다. 한편에서는 흘러내린 촛농의 모습 안에서 성모님을 볼 수 없다고 하였고, 또 한편에서는 정말 성모님이 나타나셨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안나 자매는 믿음이 없으면 성모님이 보이지 않는 법이라면서 의심을 하고 접근하는 자매들에게 영적인 가르침을 주었다. 결국, 안나 자매가 속한 레지오 팀은 서로 의가 갈라져 해체되고 말았다. <계속>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