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26주일, 이민의 날 - 지금은 ‘예’라고 답할 때이다

(가톨릭평화신문)
▲ 임상만 신부



오늘 복음은 특별히 마태오 복음에만 나오는 맏아들과 다른 아들의 비유이다. 어떤 아버지에게 아들 둘이 있었는데 하루는 그들에게 포도원에 가서 일하도록 요구하자 맏아들은 처음에는 싫다고 거절했으나 나중에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간 반면 다른 아들은 처음에는 가겠다고 대답은 했으나 가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내용을 다시 보면 포도원 주인인 아버지가 맏아들에게 “얘야, 너 오늘 포도밭에 가서 일하여라”(28절)면서 아버지의 명령에 전적으로 순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맏아들은 “싫습니다”라고 솔직하게 아버지의 요청을 따르지 못하겠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맏아들은 자신의 싫다는 말을 듣고 실망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곧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는 자신이 하려던 일을 접어두고 아버지의 말씀대로 포도원으로 가서 일을 하였다.

이 비유에서 우선 ‘오늘’이라는 말로 사전에 어떠한 예정이 없었더라도 즉시 실행에 옮겨야 하는 아버지의 명령을 주목해본다. 맏아들에게는 아버지가 갑자기 포도원 일을 시키니 못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오늘 급한 다른 계약 건도 있어서 잘못하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었을지 모르고, 오늘 병원에 중요한 예약이 있거나 놓칠 수 없는 약속 등의 여러 가지 중요한 일들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왜 미리 말씀해주시지 않았느냐고 불평할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일하라는 아버지의 명령에는 아들에게 주어진 일 중에서 가장 우선이 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하는 문제, 즉 의미 부여와 가치 부여의 문제 그리고 인생의 우선순위의 문제를 결정하게 만드는 대목이 들어 있다. 왜냐하면 ‘오늘’이라는 말에는 최종적으로 건네시는 하느님의 명령과 사명의 종말론적 시급성이 내포되어 있기에 즉각적인 응답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을 통하여 우리도 결단할 것을 요구하신다. 말로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아버지를 속인 다른 아들보다는, 뉘우치고 포도원으로 향했던 맏아들이야말로 진정 하느님의 뜻에 더욱 합당한 사람이었음을 강조하시면서 비록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회개하고 지금이라도 하느님의 포도원으로 발걸음을 돌리라는 말씀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살았다면, 지금이라도 이제는 하느님의 마음을 생각하고 하느님의 뜻을 먼저 따르고자 하는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영국 속담에 “바닷가의 조약돌도 무의미하게 놓인 것은 하나도 없다”라는 말이 있다. 바닷가에 조약돌 하나도 그 놓인 위치에 따라 하느님의 뜻이 있는데, 하물며 사람들 각자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뜻과 사명이 없겠느냐는 것으로,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은 ‘오늘 포도밭에 가서 일하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오늘’, ‘바로 지금’ 하느님의 일을 먼저 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모든 일에 앞서 우선 하느님께로부터 주어진 일, 하느님의 일을 하라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도 다시 한 번 “오늘 포도밭에 가서 일하여라”라고 말씀하신다. 하느님의 일은 ‘오늘’ 해야만 하는 것으로 절대로 우선순위를 미룰 수는 없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는 영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예!’도 되시면서 ‘아니요!’도 되시는 분이 아니시므로 그분께는 늘 ‘예!’만 있을 따름입니다.”(2코린 1,19)



임상만 신부(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