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민 신부의 별별 이야기] (42)신비체험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중)

(가톨릭평화신문)


바오로 형제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을 듣고 잠에서 깨어났는데 심장이 터질듯하게 고동을 치며 자신의 머리가 열리는 체험을 하게 되었다. 하늘에서 무엇인가가 자신의 머리 위쪽으로 쏟아져 내려오는데 뜨거운 물인지 불인지 도무지 모를 그 무엇이 몸 안으로 스며오기 시작했다. 온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워졌고 심장은 터질 듯이 요동을 쳤지만,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리면서 대성통곡을 했다. 슬프거나 괴롭지도 않았지만, 폭포수 같은 눈물과 함께 터져 나온 통곡은 무엇인가 자신의 몸 안에서 그동안 쌓여왔던 쓰레기들을 모두 쓸어내는 듯한 느낌이었다.

바오로 형제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지만 자기 일을 하면서도 틈을 내어 봉사의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은 그날 밤의 일을 성령께서 임하신 체험으로 확신하는데, 그 이유는 그날 이후 자신에게 사람의 과거와 미래가 보이는 능력과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어느 날 공원을 걷는데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낯선 남자의 과거와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고, 현재의 생각과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직감하게 되었다. 바오로 형제는 자신을 지나쳐 가는 그 남자에게 과거에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고 지금 잘 견디어 내면 미래에 어떤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낯선 남자는 깜짝 놀라며 자신을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지만, 바오로 형제는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이 말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 남자는 실제로 과거의 상처로 인해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바오로 형제와의 대화를 통해 다시 살아야 할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이처럼 이성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체험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실제로 사목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영적 세계를 체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 그러나 그 모든 경험이 모두 하느님 체험 혹은 성령 체험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다. 신비 체험은 하느님을 거치지 않고서도 인간의 초월적 본성을 통해서 얼마든지 가능한 체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상에는 신과 종교를 믿지 않으면서도 영적이며 초월적인 체험을 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존재한다. 심지어 신을 믿지 않았던 사람들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임사 체험을 통해서도 어떤 이는 인격적 하느님을 만났다고 하고, 어떤 이는 초월적인 신적 실재를 만났다고 표현한다. 이쯤 되고 보면 말하는 사람도 자신의 체험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막막할 것이고, 그 말을 듣는 사람도 도대체 어떤 체험을 말하려 하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종교적ㆍ영적 체험들은 오직 개인적인 방식으로 일어나며 개인에게 의미를 제공하기 때문에 타인에게 전해주기도 어렵고 타인에게 전해줄 필요도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개인이 체험한 종교적ㆍ영적 혹은 신비한 체험은 철저하게 개인적 차원에서 의미 있는 사건으로 인정해 주면 아무 문제가 없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개인적 체험을 공론화하거나 심지어 그 메시지를 타인이나 공동체에게 전파하려고 할 때 발생하게 된다. 이때는 개인적 체험에 대한 정신의학적인 문제는 없는지, 그리고 그 체험이 진정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영적 식별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계속>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