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대림 제1주일- 주님 기다리는 마음가짐 되돌아보자

(가톨릭평화신문)
▲ 함승수 신부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고 김광석이 부른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입니다. 청년 시절, 이 노래를 나이 먹어가는 설움을 표현하는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 다시 들어보니 깊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삶을 얼마나 의미 있는 것들로 채워가고 있는지, 영혼이 점점 비어가고 메말라가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봅니다. 한 번 지나간 시간과 떠나간 소중한 인연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데 그 소중한 시간과 사람을 ‘망각’ 속에서 잃어가는 건 아닌지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노래의 주제는 ‘나이 먹는 설움’이 아닌 ‘깨어 있음’에 대한 동경입니다. 영적으로 깨어있는 삶을 살아 현재라는 시간을 최대한 의미 있게 살고자 하는 바람을 투영하는 것입니다.

전례력으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대림 시기입니다. 대림(待臨)은 단순히 성탄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닙니다. 세상 종말의 순간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마음가짐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입니다.

오늘의 제1독서인 이사야서를 보면 이사야 예언자는 사람들이 마음이 돌처럼 굳어져 하느님을 경외하지 못하게 된 것이 모두 하느님의 ‘침묵’ 때문이라고 여깁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하늘을 찢고 내려오시라”고 청합니다. 멀리서 보고 계시지 말고 직접 세상에 개입하시어 당신이 성실하신 분이심을 드러내 달라는 간청입니다. 자비롭고 성실하신 하느님은 당신께서 창조하신 이들이 죄로 인해 파멸에 이르도록 내버려두시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사야 예언자의 바람에 하느님께서 응답하십니다.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늘을 찢고 내려오시어’ 당신의 십자가 희생으로 모두를 하느님과 화해시키신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길’을 시작하기 전에 제자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시키십니다. 자신들이 ‘주님’으로 믿고 따르던 분이 무기력하게 죽임당하는 상황에서 믿음을 끝까지 간직하려면 “깨어 있어야 한다”고 무려 세 번이나 반복해 강조하십니다.

눈을 뜨고 있다고 해서 깨어있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과 의식이 주님을 향해 열려있어야 합니다. 주님의 뜻에 비추어 삶을 끊임없이 돌아보며 ‘회개’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과 참된 기쁨을 주시리라는 희망으로 그분의 뜻을 평상시에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야 주님이 언제 어디에 찾아오셔도 당황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그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참된 구원은 이 세상에서 ‘주님을 맞이하는 일’부터 시작됩니다. 영국의 화가 윌리엄 헌트(William H.Hunt)가 그린 ‘세상의 빛’을 보면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주님께서 밝은 등불을 들고 문밖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문 바깥쪽에는 손잡이가 달려 있지 않습니다. 그 문은 우리의 마음을 상징합니다. 마음이란 누가 밖에서 억지로 잡아당긴다고 해서 열리는 게 아니지요. 내 의지로 상대방을 향해 마음을 열어야만, 그가 내 마음에 들어올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구원’은 내 마음이 나태해지는 ‘한밤중’에 나를 찾아오시는 주님께 내 마음의 문을 열어드리는 일입니다. 주님께서 진리의 등불로 당신 나라로 이끌어주실 것입니다.

대림 시기가 한 주씩 지날 때마다 진보라색부터 밝아지는 순서로 초를 밝히게 될 것입니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시는 주님을 맞이하는 기쁨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회개와 보속, 사랑과 자비의 실천을 통해 영혼을 맑고 밝게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주님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은 수동적으로 살지 않습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에 합당한 모습으로 변화하고자 합니다. ‘2021년 나해’에는 우리의 노력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