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현장에서] “가족 모두 신자가 되겠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 홍미라 수녀



지금은 고인(故人)이 되신 가브리엘 형제님은 무연고 분들의 장례를 도맡아 하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분의 소개로 젬마 자매를 알게 되었습니다. 탈북자로 한국에 정착해 혼자서 식당일을 하며, 자녀 넷을 키우는 씩씩한 자매입니다. 저와 젬마 자매는 무연고자 입관을 해 주는 파트너입니다.

어느 날, 무료 장례 일을 하시는 가브리엘 형제님으로부터 베트남 여자분이 성가복지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사망하셨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시신을 광명시에 있는 병원으로 모셔와서 입관을 해야 하니 와 달라고 하였습니다. 성남인보의집 시메온 수녀님이 마련해 주신 수의(壽衣)를 가지고 병원 영안실로 갔습니다. 영안실에는 베트남에서 오셨다는 고인(故人)의 언니와 조카가 있었습니다. 고인은 한국으로 시집와 나이 많은 장애인 남편, 시아버지의 시집살이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한국에 시집온 지 10년 만에 암에 걸려 시댁에서 버림받고, 성가복지병원에서 생(生)을 마감했습니다.

입관 전 고인을 위한 기도와 입관기도를 했습니다. 고인의 조카는 이모의 마지막 모습을 베트남의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모든 과정을 휴대폰 동영상에 담아도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렇게 조카가 동영상 촬영을 하는 가운데, 젬마 자매와 저는 고인에게 정성스럽게 수의(壽衣)를 입혀드리고, 얼굴도 예쁘게 만져드리고, 가볍게 화장도 해 드렸습니다.

며칠 후, 젬마 자매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수녀님! 베트남으로 돌아가시는 분들 인천공항에 가서 배웅하고 왔어요. 그분들이 수녀님께 감사하다고 10만 원을 주셨는데, 제가 수녀님은 절대 안 받으시니깐 그 돈을 돌아가신 동생을 위해 연미사를 넣겠다고 했어요. 감사하다면서 수녀님께 할 말이 있는데, 대신 수녀님께 꼭! 전해 달래요. “베트남에 가면, 동생의 마지막 영상을 가족이 함께 보고, 가족 모두가 가톨릭 신자가 되겠습니다”라고요.



홍미라 수녀(루치아, 인보성체수도회 서울인보의집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