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된 하느님 말씀과 전해지는 하느님 말씀

(가톨릭평화신문)
이스라엘 쿰란 유적지에서 발굴된 구약성경 사본. 이 두루마리 사본은 당시 최고(最古) 구약 사본보다 최소 1000년 전에 쓰인 것으로 판명났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첫영성체 교리를 하다 보면 아이들 모습에서 얼핏 부모 모습이 보입니다. 그럴 때마다 깜짝 놀랍니다. 부모님이 열심히 성경을 읽고 미사 참여도 빠지지 않으며 늘 기도하는 가정은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기도문을 잘 외우고 대답도 잘합니다.

첫영성체 교리과정 가운데에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성경 쓰기가 있습니다. 성경을 열심히 쓰고 있다는 한 학생이 “선생님! 성경은 첫영성체 교리 시간에 배워서 알겠는데 성전은 뭐예요?”라고 질문합니다.

성경에 관해서는 첫영성체 교리과정 중에 자세히 배웠는데, 성전이란 말은 처음 접하니 궁금했나 봅니다. 성경과 성전은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성경(聖經)은 성령의 영감을 받아 하느님 말씀을 기록한 책입니다. 총 73권으로, 구약 46권·신약 27권으로 엮여 있습니다. 구약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 탄생 이전에 쓰인 책, 신약 성경은 이후에 쓰인 책입니다.

성전(聖傳)은 그리스도와 사도들에게 위탁하신 하느님 말씀이 기록되는 대신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것입니다. 사도들은 하느님 말씀을 온전히 후세 사도들에게 전했는데, 그들이 성령의 감화를 받아 설교로 충실히 보존하고 설명해 널리 알리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수님께서 33년간 지상에서 지내시면서 하신 말씀이 네 복음서에 다 기록돼 있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성경 이전에 하느님 말씀이 있었기에 성전이 먼저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의 원천이 성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약 성경 첫 권이 나온 때는 기원후 40년경이라고 합니다. 이때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10년 쯤 지난 뒤였습니다. 그러므로 그동안은 성경은 없었습니다. 제자들이 예수님 말씀을 그 자리에서 받아적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전도 성경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성전은 계시 진리 등 성경에 없거나 정확히 기록되지 않은 것을 더욱 명확하게 밝혀 줍니다. 예를 들면 연옥에 관한 교리나 일요일을 주일로 지키는 관습 등입니다.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과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유권적 해석의 임무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행사하는 교도권에만 맡겨져 있습니다. 곧 하느님의 계시로 믿어야 한다고 계시된(「계시헌장」 10항) 모든 것을 신앙으로, 성경과 성전에서 알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경과 성전, 교회의 교도권은 하느님의 가장 현명하신 계획에 의해 성령의 작용 아래, 영혼들의 구원을 위해 효과적으로 기여하도록 상호 연관돼 있고 결합돼 있습니다.

성전의 내용은 성경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일은 이 밖에도 많이 있다. 그래서 그것들을 낱낱이 기록하면, 온 세상이라도 그렇게 기록된 책들을 다 담아내지 못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요한 21,25)

그런데 가톨릭교회 외에 다른 개신교 교파는 성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성전을 인정하게 되면, 결국 성전의 주인공인 가톨릭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있던 성경 중에는 분실돼 지금까지 전해오지 않은 성경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경만이 주님의 말씀’이라고 말하는 것은 좁은 소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모란 교리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