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꽃들이 핀다. 개나리, 진달래를 시작으로 온통 울긋불긋 꽃망울들이 터진다. 우리집 마당에도 조금 있으면 목련과 벚꽃들이 필 것이다. 그리고 유채, 철쭉, 모란, 팬지, 민들레…. 겨우내 땅속에서 차가움을 견뎌낸 모든 꽃이 각양각색의 모양과 향기로 오직 이 봄의 한 달을 위해 저마다의 소리를 한껏 낼 것이다. 그래서 봄은 음악에서 여러 악기가 모여 조화를 이루는 오케스트라의 교향곡과도 같다.
오케스트라(Orchestra)는 관현악 또는 관현악단을 일컫는 말이며,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등 여러 가지 악기로 이루어진 합주를 뜻한다. 교향곡(symphony)을 연주하는 것으로 약 100여 개의 악기로 구성되는데 크게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로 나눌 수 있다. 그 규모는 작곡자나 지휘자가 정하는 목관악기의 수에 따라 의해 결정된다. 이 목관 악기 수에 비례하여 현악기 수도 늘어난다.
목관 악기는 나무로 만든 관악기를 말한다. 플루트, 피콜로, 오보에, 클라리넷, 호른, 파곳 등이 속하는데 현대에는 플루트나 피콜로는 금속으로 만들고 있다. 금속으로 만든 관악기는 트럼펫, 호른, 트롬본, 튜바 등으로 그 소리가 크고 웅장해서 음악을 한층 더 화려하고 힘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타악기는 두드려서 소리가 나는 악기로 팀파니, 큰북, 작은북, 심벌즈, 트라이앵글 등 아주 다양하다. 이러한 다양한 악기가 서로 어우러져 뿜어내는 사운드는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고 환상적인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악기의 배치는 왼쪽부터 제1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제2바이올린, 뒷줄엔 목관과 금관악기 그리고 맨 뒷줄에 타악기를 둔다. 그리고 제1바이올린 연주자 중 앞줄의 왼쪽에 앉은 사람을 악장이라고 한다. 연주회에 가면 연주 직전 일어나 오케스트라 전체의 음을 튜닝하는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다.
이 교향곡에서 커다란 업적을 남긴 작곡가가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이다.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은 모차르트와 베토벤과 함께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이다. 하지만 다른 유명한 음악가들 가운데 가장 많이 과소평가된 작곡가이기도 하다. 하이든은 바로크음악에서 고전시대 음악으로 접어드는 그 변화의 시기에 등장한 작곡가이다. 이 시기는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그 무게중심이 옮겨지면서 성악곡이 아닌 기악곡이 발전하는 시점이었다. 이 과정에서 하이든은 교향곡 형식을 고전주의 최종적 형태의 모델로 완성하였다.
그의 음악 속에는 당시 프랑스에서 나타난 경쾌하고 우아한 ‘갤런트 양식’(galantstyle)과 ‘박식함’이 결합되어 감성과 이성이 동시에 표현된다. 1악장은 빠르거나 웅장하게, 2악장은 느리게, 3악장은 미뉴에트나 왈츠 등의 춤곡 형식이나 스케르쪼와 같은 형식이고, 마지막 피날레는 빠르고 웅장하게 끝난다. 이러한 교향곡의 기틀과 고전주의의 완숙한 형식을 확립한 작곡가가 바로 하이든이다. 특히 그를 통해 악기편성도 다양해졌고 음악은 색채감이 넘치고 장대해졌다. 그의 교향곡들에는 대부분 제목이 붙어있는데 ‘슬픔, 교향곡 제44번 E단조’ ‘고별, 교향곡 제45번 f#단조’ ‘놀람, 교향곡 제94번 G장조’ 등 100곡이 넘는 교향곡을 작곡하였다. 그가 표현한 창작요소와 실험정신은 교향곡을 고전음악의 최고의 위치로 올려놓았으며 후대의 작곡가들에게 큰 지표가 되어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리게 되었다.
교향곡은 아주 섬세한 음악이다. 웅장하고 다양한 악기들의 조화가 조금만 어그러져도 안된다. 반면 완벽한 조화가 이뤄질 경우, 청중의 마음을 뒤흔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커다란 위력이 있고, 지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플로리스트는 하느님이 주신 대자연의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봄꽃들을 이용해 아름다운 정원을 만든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교향곡 작품에서 많은 단원과 함께 음표와 다양한 음색의 악기들로 멋진 음악 정원을 꾸민다.
이 봄, 하이든의 교향곡이 울리는 밝고 따듯한 음악 정원 안에서, 주님이 주신 갖가지 봄꽃을 바라보며 신과 우주와 사랑이 한데 어우러지는 꿈을 꾸어본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미라벨 궁전 정원(Mirabell garten)
글 _ 김화수 (유스티나, 수원교구 분당구미동본당)
작곡과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현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수원교구 분당성루카본당 성가대 지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