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성인] 마르첼리노 (4월 26일)

(가톨릭평화신문)
마르첼리노 교황. 굿뉴스


마르첼리노 성인은 296년 성 카이오 교황을 계승하여 사도좌에 올랐습니다. 그는 제29대 교황으로, 재임 기간은 296~304년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그의 생애 등에 관한 정확한 기록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연대 교황표」에 따르면 마르첼리노는 프로젝투스의 아들로 로마인이며 순교하지는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는 303년 로마에서 시작된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그리스도교 박해를 받지 않고 선종한 뒤 마르첼루스 신부에 의해 로마의 살라리아 가도에 있는 프리스킬라 카타콤바에 묻혔습니다. 비문은 마르첼리노의 교황 재임 중 유일하게 기록된 활동이 세베루스라는 부제에게 칼리스투스 카타콤바 내의 특정한 구조를 수정하도록 지시한 것입니다.

그로부터 100년 정도 후인 5세기 초 마르첼리노가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 일시적으로 배교했고, 박해자에게 성경을 넘겨주었다는 악의적 주장이 도나투스파 이단 신봉자들에 의해 퍼졌습니다. 히포의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그런 주장이 잘못된 중상모략임을 강력히 피력했습니다. 교회사가인 에우세비우스 역시 마르첼리노를 ‘박해를 극복한 교황’이라 했고, 키프로스의 테오도레트 주교도 그가 박해 중에 훌륭한 역할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마르첼리노의 생애에 대한 확실한 자료는 없지만, 오늘날 많은 학자가 마르첼리노의 배교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여깁니다. 배교 주장이 사후 100년 뒤에 나왔고, 411년 카르타고 교회 회의에서 도나투스주의에 대해 논의할 때에도 관련 언급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옛 「로마 순교록」은 4월 26일 목록에서 다른 전승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마르첼리노가 막시미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 로마에서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 때문에 참수형을 선고받고 클라우디오 성인, 안토니노 성인 등과 함께 순교했다는 것입니다. 이 문헌에서는 당시 박해가 너무 심해 한 달 만에 1만 7000명의 그리스도인이 순교의 월계관을 썼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연대 교황표」는 마르첼리노가 참수형을 당한 후 다른 그리스도인들을 겁주기 위해 25일 동안 다른 순교자와 함께 전시되었다가 304년 4월 26일 프리스킬라 카타콤바에 안장되었다고 합니다.

「리베리오 교황표」는 10월 25일을 선종일로 기록하고 있고, 순교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동방 정교회는 6월 7일 마르첼리노와 동료 순교자들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마르첼리노는 13세기, 4월 26일에 축일을 기념하도록 로마 보편 전례력에 추가되었으나 자료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1969년 전례력 개정 때 삭제되었습니다.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에서도 마르첼리노와 동료 순교자들의 이름을 더는 기록하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