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 델 베로키오 작, ‘그리스도의 세례’ 1472~1475년
구약과 신약을 잇는 중간기에 이스라엘 민족이 염원했던 바는 난세에 등판하는 시대의 영웅과 같은 메시아(그리스도)의 출현이었으며, 이를 ‘메시아 대망 사상’이라 일컫는다. 메시아 신원을 확보한 인물은 당대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다. 구약 성경에서 전개되듯 이스라엘 민족은 위기의 순간마다 특정 인물의 활약으로 이를 극복하였으며, 하느님께서 이 인물을 파견하셨다고 증언하기 때문이다.
신약 시대 초기의 세례자 요한은 독특한 생활 양식과 구약 예언자들의 명맥을 계승하는 설교로 ‘오실 분’(메시아)으로 추앙될 만한 충분한 입지를 구축하였다. 또 요한의 제자들에 대한 언급은 요한이 주도하는 특정 조직의 형성과 확장을 추정하게 만든다. 그런데 요한은 메시아 신원을 스스로 부정하면서 ‘오실 분’을 찾았다. 복음서는 요한의 발언을 통해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을 지목하면서 요한의 위치를 ‘오실 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는 이’로 격하한다.(루카 3,16 참조)
이후 이스라엘 민족은 공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나자렛 예수를 메시아로 추대하고자 하였다. 메시아 신원과 관련해 요한과 예수님 사이에 공통분모가 발견된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메시아임을 공개적으로 피력하지 않았다. 요한이 메시아임을 스스로 거부하면서 ‘자기 뒤에 오실 분’을 강조하였다면, 예수님은 함구하면서 ‘자기 앞에 있는 분’(아버지 하느님)으로부터 자신이 파견받았음을 역설하였다.
‘기름 부음을 받은 자’를 의미하는 메시아 호칭은 해석상 ‘초월적·절대적 능력 혹은 권한’을 함의한다. 이는 ‘메시아 콤플렉스’란 심리학적 용어에 접목할 수 있다. 자기애와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자신이 문제 해결의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에게 나타나는 심리 현상이다.
‘내가 아니면 안 돼!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야! 나만큼 고민한 사람은 없기에 내 결정은 옳아!’ 메시아 콤플렉스의 성향을 보이는 이들은 자기 판단과 실행을 절대적인(최고·최선) 진리로 규정하고,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을 철저하게 배척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복음서는 세례자 요한을 ‘메시아의 오심을 준비하는 이’, ‘앞에서 길을 닦는 이’로 평가한다. 요한은 ‘앞에 있는 자신’(먼저 태어남, 먼저 활동함)을 내세워 주인공 행세를 하거나 주도권을 점유하려 하지 않으면서 ‘뒤에 오실 분’을 배려하는 조연의 소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였다. 곧 메시아 대우를 받을 만한 잠재적 가능성이 컸던 요한은 메시아 콤플렉스로부터 자유로웠다. 또 ‘이 세상에서의 큰 인물, 요한’을 칭찬하신 예수님께서는 ‘저 세상에서의 요한보다 더 큰 인물’(마태 11,11)을 상정하였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문제가 있다. 극소수는 특정 인물의 지휘로 해결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해결하기 곤란한 문제들이다. 인생의 복잡한 문제는 ‘해결하는’(푸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권한과 책임을 지닌 이들에게 문제 해결형, 권력 집중형의 ‘메시아 리더십’보다 문제 관리형, 권력 분산형의 ‘큰 인물 리더십’이 요청된다.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관계처럼 시간적 선후 관계의 이상적인 형태는 자녀를 위해 부모가 있고, 학생을 위해 선생이, 후임자를 위해 전임자가 있으며, 미래 세대를 위해 현 세대가 있는 관계다. 이 관계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타인의 능력을 돋보이게 하는 태도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