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향기 with CaFF](18) 교회오빠 (A Job Who Is near Us, 2019)

(가톨릭평화신문)
▲ 영화 ‘교회오빠’ 포스터.

▲ 영화 ‘교회오빠’ 스틸컷.

▲ 손옥경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교회 오빠! 성격 좋고, 인물 좋고, 신앙심마저 좋은 청년. IT 연구가인 이관희는 역시 성격 좋고, 예쁜 피아노 전공 음악교사 오은주와 결혼을 한다. 모두의 선망 속에….

이 이야기는 ‘아빠, 엄마, 딸 세 식구 행복하게 살았대요’로 이어져야 하는데, 젊은 아빠가 병원을 찾은 후에는 이미 대장암 4기. 엄마 역시 혈액암 4기라고 진단받는다. 관희가 “말기가 아닌 4기에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말하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설상가상으로 이들을 돌보던 어머니는 우울감과 고통으로 무너진다.

막막한 상황이지만 이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는 부부의 모습이 아주 아름다워서다. 병이 아니라면 이들의 대화나 행동은 티격태격 잘 지내는 연인 한 쌍이다. 부인은 “무섭다”고, “살려달라”고 눈물을 뚝뚝 떨구는데 관희는 “이 상황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신앙으로 답을 찾는 남편에게 부인은 “정말 그러느냐” 묻고 또 물으며, “나는 아직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관희씨 말을 수긍한다. 부부는 어려운 상황에서 신앙만이 답이라 그걸 찾는 것이기도 하지만, 신앙이 결국 답이니 그걸 함께 찾는다.

이 부부의 모습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이, 길든 짧든 시한부 인생이고, 길 떠난 나그네, 순례자임을 자각하게 한다. 소중하다고 꼭 쥘 수도 없고, 힘들다고 내려놓아서도 안 되는 삶이라는 지평 위를 걷고 있음을.

아빠의 첫 번째 미션은 소연이의 돌잔치에 함께하는 것. 다행히 이 미션은 성공했다. 두 번째 미션은 소연이의 초등학교 입학식 때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것.

엄마, 아빠가 아기 소연이와 함께 노는 모습은 사랑스럽다. 평범한 한 가정의 소소한 일상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은 젊은 엄마의 말처럼 언제 멈출지 모르는 삶이기 때문이리라. 누군가에게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꼭 갖고, 지키고 싶은 하루라는 말처럼 오늘 하루, 바로 이 시간이 새삼스레 귀하다.

이 영화는 욥의 생애로 첫 구절을 시작한다. 관희는 욥을 롤모델로 삼고 자신의 삶을 해석하고 희망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희의 모습은 점점 소진돼가지만, 그의 영성은 점점 깊어지고 숭고해진다. 모르핀을 맞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몸의 상태이지만, 이도 거부한다. 약을 먹으면 정신이 몽롱해져서 성경 말씀이 잘 들어오지 않는단다. 맑은 정신으로 말씀을 읽고 싶고, 듣고 싶고 설교 말씀을 듣고 싶단다. 결코, 병이 인간을 침몰할 수 없음을, 죽음이 인간의 끝일 수 없음을 보게 한다.

그의 미션은 이 영화로 다시 시작된다.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요한 11,26) 머리에서 맑은 종이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