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보석같은 ‘공소’, 순례하는 마음으로 담아내다

(가톨릭평화신문)
▲ 1890년대 최초로 설립된 전북 임실 삼길공소. 모든 벽면이 성화로 장식돼 있다. 삼길공소의 모든 것은 신자들이 직접 지었다.



“침묵의 어둠 속에서 공소의 빛을 촬영하는 동안 나는 순례자였다. 순례길을 걸으며 불완전한 나 자신을 탐색하는 동안 그 빛이 무의식의 어둠을 밝혀주었다.”

사진은 흔히 빛의 예술이라고 한다. 여기 빛의 예술인 사진을 통해 빛의 공동체를 기록한 이가 있다. 바로 사진작가 김주희(가브리엘라)씨다.

공소는 한국 교회의 첫 모습이다. 한국 교회 200년 역사와 함께 해왔다. 한국 교회의 모태이며 사람들의 삶과 신앙에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공소가 보존되고 기록돼야 할 이유이다. 공소는 대부분이 농촌 지역, 특히 산간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성당과는 달리 작고 소박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과 신자들이 힘을 모아 유지한 만큼 그 신실함과 경건함은 성당 못지 않다. 하지만 농촌 인구가 줄고 재정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소들이 사라지고 있다. 공소가 줄어드는 데는 세상의 무관심도 한몫한다.

그래서 김씨는 공소를 사진에 담고자 했다. 김씨는 자신이 사는 전라북도에 공소가 가장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많은 공소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김씨에게는 이 소식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다. 그래서 공소들을 사진에 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진 소재를 늘 가까운 데서 찾는 김씨의 습성과도 잘 맞았다.

김씨가 정한 전시회의 주제는 ‘공소순례(公所巡禮)’이다. 김씨는 4년간 공소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김씨가 사진에 담은 공소는 전북의 96곳의 공소 중 70여 곳. 김씨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부안의 덕림공소였다. 김씨는 덕림공소에서 믿음을 지켰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평화를 빌었다. 그리고 진안 어은동공소와 장수 수분공소, 정읍 신성공소 등 공소의 모습을 하나하나 담았다. 김씨는 공소의 모습뿐만 아니라 공소에 깃드는 빛과 주변 환경, 공소를 방문했던 신자들의 모습까지 담았다.

김씨는 공소 모습을 담으면서 자신이 느낀 내적인 평화도 담으려고 했다. 공소가 주는 거룩한 침묵을 마주하고 그 침묵 속에서 느껴지는 평화를 담으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 김씨에게 공소를 담는 사진 작업은 순례처럼 느껴졌다. 또 하느님의 섭리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도의 시간이었다.

김씨는 앞서 전북 전주 서학동 갤러리에서 공소순례(公所巡禮) 제1회 개인전을 열었다. 공소를 주제로 한 사진 전시회여서 신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씨의 사진전 공소순례(公所巡禮)는 2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갤러리 류가헌에서 개막해 14일까지 열린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