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향기 with CaFF] (25) 알라딘(Aladdin, 2019)

(가톨릭평화신문)
 
▲ 영화 ‘알라딘’ 포스터

 

 


‘알라딘’은 제목만 들어도 황홀하고 찬란한 정취가 풍기는 명작 동화 알라딘과 요술램프가 기반이 된 영화이다. 2012년에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이미 동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알려져 그 이상의 이미지를 구현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배우들이 직접 출연한 뮤지컬 영화 ‘알라딘’으로 다시 등장한 것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현재 중동의 아라비아 지역으로 아름다운 신비의 나라 아그라바 왕국 시대이다. 민심을 살피기 위해 위장을 하고 마을로 내려온 자스민 공주가 난처한 처지에 처하자 시장터의 좀도둑이었던 알라딘이 그의 친구인 원숭이 아부와 함께 그녀를 도와 시장 이곳저곳을 누비며 도망 다닌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하거나 꿈속에서라도 보았던 광경이 스크린에서 펼쳐진다. 지붕을 마음대로 넘나들며 날아다녔던 어릴 적 꿈속 상황이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기술의 발달은 관객을 아라비안나이트의 환상적인 배경과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나르는 화려한 영상의 세계로 이끈다. 또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관객을 판타지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데 충분하다.

자스민 공주 역할은 배우 나오미 스콧이 맡았다. 그는 훌륭한 연기와 노래 실력으로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영화에서 자스민 공주는 여성 술탄(군주)을 꿈꾸며 사랑하는 이를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는 자주적인 여성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사과 하나를 훔치면 좀도둑이지만 왕국을 훔치면 왕이 된다”는 왕국의 2인자 자파에게 왕국을 빼앗긴다. 자파는 심지어 권력을 위해 자스민까지 소유하려 한다.

자스민 공주는 술탄이 된 자파의 부인이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는 쉬운 선택을 하지 않고 백성을 위해 당당하게 맞서는 지도자적 면모를 보인다. 신(神)은 바른길을 가기 위해 타협하지 않는 자스민의 편이 되어 결국 자스민은 술탄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영화의 타이틀과 다르게 이 영화는 알라딘이 아닌 자스민 영화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알라딘은 요술램프 지니의 도움으로 왕자로 변모한다. 하지만 “난 너의 겉모습만 바꾸어주었지 너의 내면까지 바꾸지 못해”라는 지니의 말에는 진실한 삶을 위해서는 알라딘 스스로가 용기를 갖고 노력해야 한다는 충고가 내포되어 있다. 알라딘은 왕자 행세를 하며 공주를 기만했기 때문에 점점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 어려워진다. 알라딘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까 전전긍긍한다. 공주를 만나기 위해 왕자로 위장한 것인데, 알라딘이 잠시 빌린 허상에 취해 자신을 잃고 인간의 속성을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다소 우리를 실망하게 한다. 하지만 알라딘은 반성과 성찰을 통해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 후 자파를 물리치는 대반전을 이룬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것은 화려한 액션과 정교하고 현란한 영상, 춤, 음악에 맞춘 시각적인 볼거리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하지만 마법사와 같이 언제나 부르면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램프 지니의 주인이 되고 싶은 우리의 심리도 한몫한 것 같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하느님이 계신다. 알라딘과 같이 실패하지 않는 마법을 얻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온전히 믿고 따라야 하는 어렵고도 쉬운 조건이 있다. 아울러 우리는 그 소원이 하느님 뜻에 합당한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장 겸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