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보면 스며드는 영적 고요… "책으로 피정 떠나요"

(가톨릭신문)
본격적인 더위가 이어지면서 심신이 지쳐가는 요즘. 일상을 탈탈 털고 떠나고 싶지만 아직 휴가철은 조금 남았다. 그렇다면 기도와 묵상을 이끌어주는 책을 통해 영적인 쉼표를 찍어보면 어떨까. 피정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할 신간들을 소개한다.


많은 신자들이 사랑하는 기도, 묵주기도. 묵주기도는 예수의 전생애를 묵상하고 체험하도록 이끄는 기도지만, 그 참맛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묵주기도 묵상」(김보록 지음/232쪽/1만원/생활성서) 개정판은 신자들이 묵주기도를 통해 마음 속 평화와 기쁨 그리고 행복을 얻도록 이끄는 지침서다.

책은 1985년 출판돼 4번의 판쇄를 거치며 신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개정판은 본문에 그동안 새롭게 바뀐 성경과 교회 문헌, 새롭게 개정된 전례문을 적용시키고, 현대적 감각에 맞는 서체와 디자인으로 읽기 좋게 구성했다. 책은 신자들이 묵주기도를 통해 4가지 신비를 묵상하고, 성모 마리아와 함께 예수의 삶을 내면으로 체험하도록 이끌어 준다.

교회의 정통 영성수행을 따르고 싶다면 ‘성경 속 기도서’인 시편으로 기도해보면 어떨까. 「시편: 묵상과 기도」(그레고리 J.폴런 지음/612쪽/2만5000원/분도출판사)는 성무일도 중 바치는 전례시편을 중심으로 신자들이 시편으로 마음의 기도를 할 수 있도록 초대한다.

책은 미국교회의 전례시편인 「그레일 시편」의 개정판이다. 단순히 시편 본문만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편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초심자들도 각 시편의 표현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은 성경학에 바탕을 둔 교양 지식을 전하면서도 지적 이해와 영적 공감을 모두 얻을 수 있도록 정교하게 구성돼 있다. 성무일도를 바치면서도 그 의미를 묵상하지 못했던 이라면, 책을 통해서 예수도 어렸을 적 배웠을 그 기도를 바칠 수 있을 것이다.

구약의 시편에서 기도를 배웠다면, 신약에서는 바오로 사도에게 기도를 배워볼 수 있다. 「로마서에서 기도를 배우다」(임숙희 지음/256쪽/1만4000원/성서와함께)는 바오로의 편지인 로마서에서 ‘기도하는 사도, 바오로’를 본받게 해준다.

바오로의 위대한 선교활동의 바탕에는 하느님과 인격적 친교를 나누는 지속적인 기도생활이 있었다. 책은 로마서 곳곳에서 바오로의 기도와 관련된 본문을 찾아 그 문맥과 신학을 살피고 해설한다. 그러나 이 해설은 단순한 연구에 그치지 않고 바오로의 기도내용과 기도자세를 깨닫고 성경에 바탕을 둔 기도생활을 훈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연과 사물, 내 주위의 사람들, 그리고 나의 일상의 활동 하나하나에서 나는 하느님의 숨결을 충분히 느끼고 있는가. 그런 영적 갈증이 있다면 「영적 감수성을 키우는 켈틱 명상」(에드워드 J. 패럴 신부 지음/양재오 신부 옮김/188쪽/1만2000원/파랑새미디어)을 통해 켈트 문화권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낸 ‘켈틱 영성’으로 목을 축여도 좋을 것이다.

책의 명상을 하나하나 따르다보면 일상에서 직면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깊이 의식하고 그 안에서 하느님의 창조의 손길과 생명의 기운을 체험하게 된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