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을 살기 위해 세속 떠난 ‘사막 교부들’의 이야기

(가톨릭평화신문)
▲ 한 수도자가 수도원 소성당에서 성체 조배를 하고 있다.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33)

그리스도의 제자이기를 희망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주님의 이 말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특히 수도승 생활을 주님의 부르심으로 받아들인 그리스도인은 이 권고를 실존적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수도승은 누구인가? 그는 복음을 더 철저히 살려는 그리스도인이고, 수도생활은 복음에 따라 그리스도를 좇으며 그분을 본받는 삶 외에 그 무엇도 아니다.

「사막에서 피어난 복음」은 그리스도교 영성생활의 주요 원천중 하나인 고대 수도승 전통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초기 수도생활의 기원부터 13세기 새로운 형태의 수도생활인 탁발수도원 태동 직전까지 그리스도교 수도승 생활의 영성을 핵심적으로 소개한 책이다. 일반인에겐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주님의 제자가 되겠다는 그리스도인에게는 손을 뗄 수 없을 만큼 재미있다.

사도 시대에 이어 교부 시대를 꽃피우던 3세기 말엽부터 4세기 중엽 사이 남녀 금욕가들이 급증했다. 그들은 사람들을 피해 사막으로 들어가 자신들의 삶을 세속과 분리했다. 이로써 수도승 생활이 태동하게 되는데 마치 자연 발생 현상처럼 그리스도교 지역 곳곳에서 거의 동시다발로 나타났다. 그들 중 동ㆍ서방 수도승 생활의 참된 사부로 남게 된 이들은 이집트와 시리아의 ‘사막 교부들’이다.

고대 교회에서 수도승 생활은 ‘천사의 생활’로 칭송받았다. 천사의 생활은 복음을 살려고 사막으로 물러나는 그리스도인, 이 세상에 속한 모든 것을 포기하는 그리스도인이 주님의 부활을 통해 시작된 새 세상에 미리 속함을 특별한 방식으로 명백히 증거한다는 뜻이다.

성 테오도루스 스투디우스는 그래서 “수도승은 하느님만을 위한 눈과 그분만을 위한 갈망을 가지고 그분께만 주의를 기울이는 자이며, 하느님만을 섬기기를 바라면서 그분과의 평화 속에서 다른 이들을 위한 평화의 원인이 되는 자”라고 정의했다.

수도승 전통에는 그리스도의 제자이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받아들여 할 보편적 가르침을 담고 있다. 그래서 수도승 생활을 그리스도교 영성생활의 주요 원천중 하나라고 한다.

저자인 플라시드 드세유 신부는 초기 동방 그리스도교와 수도승 생활의 권위자이다. 그는 시토회 출신 신부로 그리스 아토스산 시모노페트라수도원에 입회해 동방정교회 수도승이 된 후 고국 프랑스로 돌아와 성 대 안토니우스수도원, 성모의 보호수도원 등 동방정교회 수도원을 세운 독특한 이력의 수도승이다. 그는 또 시토회 볼퐁텐수도원출판사 동방영성 총서를 만들어 동방 영성을 가톨릭교회에 소개한 탁월한 신학자이다.

옮긴 이 허성석 신부 역시 로마 성 안셀모대학교에서 수도승 신학을 전공한 신학자이자 사막 수도원에서 3년간 수도생활에 전념한 성 베네딕도회 수도승으로 고대 수도승 전통을 현대에 널리 알리고 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