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젬마의 아트 콜라보 수업」 발간한 국내 1호 ‘아트 콜라보 디렉터’ 한젬마씨

(가톨릭신문)

아티스트, 작가, 방송인, 광고모델, 교수… .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인 한젬마(젬마·서울 이태원본당)씨. 그의 이름 뒤에 붙는 호칭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그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말은 ‘아트 콜라보 디렉터’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에서 국내 1호 ‘아트 콜라보 디렉터’로 변신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트 컬래버레이션(art collaboration)의 줄임말인 ‘아트 콜라보’는 예술과 협업하는 모든 작업을 일컫는 말로, 최근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예술가가 제품의 생산, 포장, 유통, 마케팅, 판매 등 전반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2012년부터 5년여 동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이하 ‘코트라’)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던 그는 예술과 기업, 특히 중소기업과의 만남을 주선해 함께 작업하는 아트 콜라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냈다. 한씨가 이 일을 하게 된 데에는 ‘주님의 손길’이 작용했다고 말한다.

“코트라쪽에서는 전시관을 개관하면서 제게 명예관장직을 제시했어요. 저는 흔한 갤러리보다는 코트라의 특성을 살려 아트 콜라보의 장(場)을 만들고 싶었어요. 갈 길 잃은 예술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길이기도 했고요. 그 생각을 하니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껴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하지만 아트 콜라보의 길은 쉽지 않았다. 예술가와 기업 모두 상대방의 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협업 자체가 처음이라 생소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를 풀어낸 열쇠는 바로 ‘소통’이었다.

“당사자들끼리는 절대 못합니다. 중간에서 양쪽의 입장을 조율해줄 사람이 필요하죠. 저는 ‘문’이 아닌 ‘경첩’의 역할을 한 것입니다. 새로운 연결을 통해 수많은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존재죠.”

이렇게 해서 발레 슈즈 안창에 드가의 발레리나 그림을 넣고, 내용물이 같은 화장품 케이스를 타겟 소비자층에 맞춰 달리 할 수 있게 되었다.

한씨는 최근 아트 콜라보의 노하우와 성공 사례들을 모두 담은 책 「한젬마의 아트 콜라보 수업」(431쪽/1만8000원/비즈니스북스)을 발간했다. 미술이 아닌 경제 경영서적으로 출간됐음에도 출간 3일 후 2쇄를 찍었다.

“책에서 예술이 제품을 통해 우리 일상을 에워싸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돕고 있어요. 이미 융·복합 시대인 지금 콜라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도 하고요. 콜라보를 통해 상품의 가치를 높여 예술은 돈만 쓰는 소비적인 일이라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싶어요.”

아티스트로서의 행보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한씨는 8월 25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어린이미술관에서 ‘Thing+Think 한젬마의 관계요리’ 전시회를 갖는다. 1995년부터 연결 도구인 못, 지퍼, 경첩, 똑딱단추 등의 오브제로 작품 활동을 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연결 도구를 활용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모태신앙인으로서, 세례명이 곧 이름인 그의 삶은 어떨까.

“냉담한 시기도 있었는데 그땐 뭐든 내가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 뜻대로 안되면 화가 많이 났어요. 지금은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 주님께서 하시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알아서 해주시겠지’라고 생각하고 나를 내려놓게 됩니다.”

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휠체어와 지팡이, 환자복에 패션을 도입한 메디컬 콜라보를 구상중이라는 한씨는 다시금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낀다고 한다. ‘미술로 봉사하는 삶’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한씨의 다음 도전이 기대된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