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세계의 평범한 하루… 그 안의 감동을 담다

(가톨릭평화신문)
▲ 박노해 사진전 ‘하루’ 展의 작품 ‘여명에 물을 긷다’



“아침에 눈을 뜨면 햇살에 눈 부신 세상이 있고 나에게 또 하루가 주어졌다는 게 얼마나 큰 경이인지. 나는 하루하루 살아왔다. 감동하고 감사하고 감내하며.”

세계 각국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세계 각국의 하루를 만나며 내가 살고 싶은 하루를 그려줄 시간. 박노해(가스파르) 시인이 그 시간을 선물한다.

하루는 이 세상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모두 다르다. 시인은 지난 20여 년간 지상의 가장 높고 깊은 마을 속을 걸어오며 그 속에 담긴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여명이 밝아오면 에티오피아의 여인은 먼 길을 걸어 물을 길어온다. 미얀마의 소녀는 아침 들꽃을 꺾어 성소에 바치며 하루를 시작한다. 대지는 자기만의 리듬으로 노동을 한다. 햇살 좋은 날 아이들은 만년설산 아래서 야외수업을 하고 축구를 하고 야크를 몰다 귀가하는 아빠를 마중 나간다. 노을이 물들면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한 밥상에 둘러앉아 식사하고, 짜이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리고 폭음이 울리는 땅에서 오늘도 살아남았음에 감사하는 그런 하루까지. 시인은 그렇게 티베트와 볼리비아, 파키스탄, 인디아, 수단, 페루 등 11개국을 다니며 세계 각국의 하루를 사진과 글로 담아냈다. 그리고 그것들을 37컷의 작품으로 옮겼다.

시인은 “참으로 평범하고도 경이롭고, 흔하고도 무서운 말이 하루”라고 밝혔다. 하나의 물방울이 온 하늘을 담고 있듯 하루 속에는 영원이 깃들어 있는 일일일생(一日一生)의 하루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의 하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지점은 바로 감정”이라고 밝혔다. 인간은 막대한 감정을 가진 존재이고 감정의 힘에 출렁이며 감정의 소용돌이와 그 물살에 이끌려 간다는 것이다.

시인은 강렬한 인간 감정을 낭비하지 않고 감정을 힘으로, 동력으로 삼아 하루하루 더 나아지는 내가 되고 더 고귀하고 더 나다운 내가 되어 앞을 향해 나아가고자 했다. 그는 “감동할 줄 아는 힘과 감사하는 힘, 감내하는 힘을 힘든 처지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고 사랑하고, 나무를 심고 꽃을 피워내는, 여기 사진 속 사람들에게 배웠다”고 설명했다. 또 “나보다 먼저 죽은 동지들과 죽은 나의 어머니, 참혹하고 고독했던 선배 혁명가와 의인, 순교자들에게 배웠다”고 덧붙였다. “오늘 하루, 우리 서로 함께하며 마음 깊은 곳의 미소를 찾아가시면 좋겠다”고 했다.

박노해 사진전 ‘하루’ 展은 내년 1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라 카페 갤러리’가 이곳으로 옮겨 문을 연 후 마련한 첫 번째 전시회이다. 전시회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 02-379-1975, 라 카페 갤러리( www.racafe.kr)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