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그린 꽃, 향기와 추억 전하다

(가톨릭평화신문)
▲ 김석 작가가 작품 ‘눈부신 정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연을 다시 보게 됐고 그러면서 인간과 하느님과의 관계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어요. 자연을 통해서 인간은 하느님을 느끼게 되는 거죠.”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김석(라파엘) 작가의 개인전이 9월 8까지 서울 효창동 김세중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회의 주제는 ‘꽃을 그리다(Missing Flower)’이다. ‘꽃을 그리다’이지만 자연을 주제로 했다. 또 ‘그리다’는 말에는 ‘그림을 그리다(Draw)’와 ‘그리워하다(Miss)’의 의미도 함께 담았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모두 36점. 전시회를 통해 김 작가가 컴퓨터로 그려낸 자연과 마주할 수 있다.

김 작가는 서울에 살다 경기도로 이사를 하게 됐는데 그때부터 자연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연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나갔다. 먼저 대상을 정하고 밑그림을 그린 다음 컴퓨터에 입력해서 작품을 완성했다. 그림에 컴퓨터 효과를 더하면서 작가는 재미있는 작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지금 김세중미술관이 위치한 곳은 사실 김 작가가 어렸을 때 살던 집터다. 그는 동네 친구들과 꽃이 핀 마당에서 뛰어놀았던 추억도 이번 전시회 작품들에 녹여냈다.

김 작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컴퓨터로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디지털아트의 1세대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김 작가는 “일찍부터 컴퓨터로 그리는 그림을 시도했다”며 “그러다 보니 물감으로 그리는 그림보다 컴퓨터로 그리는 그림에 재미를 붙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친 저해상도가 디지털의 느낌을 더 오롯이 그림에 담을 수 있다”며 “섬세하고 오묘한 자연을 거칠고 투박한 픽셀로 옮기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사실적인 이미지가 아닌 꽃향기와 추억을 표현하기에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김 작가가 전시회를 통해 주고 싶은 메시지는 사람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자연을 한번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것이다. 그의 바람이 전해졌을까. 전시회를 찾는 관람객들도 컴퓨터를 통해 다시 자연을 바라볼 수 있어서 신선하고 또 감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작가의 계획은 앞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결합한 작품을 하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자연과 인간을 주제로 좀 더 단순하고 함축적인 의미를 담은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