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김복동’

(가톨릭신문)

일본 제국주의의 수많은 만행 중 여전히 가장 큰 상처로 남아 있는 ‘위안부’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는 ‘세월이 약이다’라는 말도 적용되지 않는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고령으로 한 분씩 세상을 떠나고 있는 지금, 이제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생생한 목소리를 낼 시간조차 얼마 남지 않아 오히려 더 절박한 상황이 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위안부’ 출신 인권운동가로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였던 고(故) 김복동(1926~2019) 할머니의 삶과 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이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이어가고 있다.

8월 8일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소수의 상영관에서 제한적으로 상영하는 다큐멘터리라는 한계 때문에 ‘과연 며칠이나 상영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어린 시선을 받았지만, 8월말 기준 8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한 달째 상영 중이다.

영화 ‘김복동’은 인권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1992년부터 올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했던 27년간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영화의 주축을 이루는 것은 ‘소녀상’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후 만들어진 ‘희망나눔재단’ 두 가지를 둘러싼 사건들이다.

김 할머니는 소녀상이 놓인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에 열심히 참가하고, 2013년에는 노구를 이끌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 평화비(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만 14살의 어린 나이에 ‘위안부’가 된 할머니는 한복 차림의 소녀상을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김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할머니들을 가장 격분하게 한 일은 피해자를 배제한 밀실외교로 이뤄진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였다.

영화 속 김 할머니는 “우리가 위로금 받으려고 이때까지 싸웠나? 위로금이라 하는 거는 천억 원을 줘도 우리는 받을 수가 없다”, “자기네들이 ‘했다, 미안하다, 용서해주시오.’ 그래만 하면 우리들도 용서할 수가 있다고”라고 말하고 있지만, 끝내 할머니가 간절히 원했던 일본 아베 총리의 진심어린 사과는 받을 수 없었다.

집회 현장에서는 누구 못지않은 용감한 ‘투사’였지만, 일상에서는 농담 잘하고 정도 많은 우리 모두의 ‘할머니’였던 김복동 할머니.

최근 들어 “일본군 위안부는 성매매 여성과 본질적으로 같다. ‘위안부’ 할머니들께 상처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어느 전(前) 교수의 책과 발언을 바탕으로 ‘위안부’와 강제 징용 피해 사실을 부정하는 극우주의자들의 막말이 심해지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 산산조각 났지만 그 상처를 바탕으로 아름답고 숭고한 꽃을 피워낸 김복동 할머니의 생생한 목소리는 지난 역사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하도록, 그리고 앞으로 할머니의 뜻을 이어 행동하도록 끊임없이 우리를 일깨운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