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마티스, 신의 집을 짓다」

(가톨릭신문)

프랑스 남부 방스에 위치한 도미니코 수도회의 로사리오 경당은 종교적인 공간이지만, 예술적인 체험을 하기 위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흰 배경의 경당 내부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투영된 강렬한 색채가 입혀져 아름다운 작품으로 완성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햇빛의 위치에 따라 변하는 경당 내부 분위기는 생명과 창조의 힘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하다.

야수주의의 창시자이자 강렬한 색채와 형태의 작품을 남긴 앙리 마티스의 역작으로 꼽히는 로사리오 경당은 한 예술가의 삶과 신앙 여정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앙리 마티스는 “이 경당은 나에게 있어 작업 일생 전체의 정점이며, 어렵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온 엄청난 노력의 결실”이라고 밝히며 로사리오 경당이 자신의 예술가로서의 업적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내기도 했다.

「앙리 마티스, 신의 집을 짓다」는 로사리오 경당 축조의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각 작업의 의미를 마티스의 예술과 종교의 맥락에서 재조명한 책이다. 1951년 지어진 로사리오 경당은 당시 주춤했던 성미술의 혁신을 꾀하고자 했던 앙리 마티스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1930년대 프랑스 도미니코 수도회의 진보적 신부들을 중심으로 교회 안에 모더니즘 미술을 적극 수용하려 했던 성미술 운동에 힘입어 이 경당이 탄생했다.

또한 마티스는 로사리오 경당을 통해 일생 동안 이어온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마무리하려고 노력했다. “내 경당에 들어가는 이들이 정화되는 느낌, 그들의 짐을 벗어버리는 해방의 느낌을 갖길 원했다”고 밝힌 마티스는 경당 내부를 흰색으로 채색했다. 흰색은 무한성뿐 아니라 인간의 영적 차원과 그 신비로운 본성을 드러낸다. 따라서 흰색으로 채색된 경당은 인간의 구원을 암시하는 공간으로 변모, 이 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성전에 머물며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종이 달린 첨탑은 ‘평온한 저녁에 가늘게 피어오르는 한 자락의 연기처럼 가볍게 위로 올라가는 모양’으로 제작했으며, 미사 때 사제와 신자들의 관계를 배려해 제대는 가벼운 터치로 장식했다. 많은 신자들이 드나드는 고해소의 문은 조용히 닫힐 수 있도록 원목 소재를 썼다.

「앙리 마티스, 신의 집을 짓다」는 로사리오 경당의 아름다운 모습 뿐 아니라 신앙 안에서 창조적 활동을 일궈낸 앙리 마티스의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함께 전하고 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