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게 물었더니 삶이라고 대답했다」

(가톨릭신문)

‘모든 이들은 죽음을 맞이함으로 종점에 다다른 줄 안다. 하나 두려워 마라. 종점은 축복이다. 앞으로 전개될 미지의 세계에 대한 축복의 문이다. 지난 일에 만족은 못할망정 한 점의 부끄러움을 주님께 내려놓고 용서를 빌 듯 우리의 인생을 새로 시작해보자.’

간암 말기였던 한 남자는 새벽녘 병실을 나와 간호사실 앞에 있는 노트에 한 편의 글을 남겼다. 배에 복수가 차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호스피스 병동에서 열린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남자는 얼마 뒤 세상을 떠났고 손영순 수녀는 그가 남긴 ‘종점(終點)은 시점(始點)’이라는 글을 책에 실었다. 손 수녀가 쓴 「죽음에게 물었더니 삶이라고 대답했다」에는 이처럼 삶을 완성해 가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임종하는 이들을 기도와 현존으로 돌보기 위한 사명으로 1877년 영국에서 설립된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는 1963년 한국에 첫 발을 내딛었다. 1990년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에 입회한 손 수녀는 서울 모현가정호스피스와 포천 모현의료센터에서 임종환자와 사별가족들을 돌봤다.

책에는 수많은 죽음과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어린 두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는 서른두 살의 엄마는 “제 곁에 저를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깨달아 너무 행복해요”라고 말한다. 얼굴 전체에 암이 퍼져 말을 하거나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여성은 병원 마당에서의 짧은 여행을 한 뒤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이에요, 오늘 아름다운 여행을 했어요”라는 감사의 말을 글로 남겼다. 무엇 하나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감사함을 먼저 느끼는 이들의 말을 통해 손 수녀는 자신의 사명과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다.

손 수녀는 “내게 호스피스를 가르쳐준 가장 훌륭한 스승은 앞서 돌아가신 많은 환자들이었고 유일한 교재도 그분들이었다”며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의 시간들을 동반하면서 그들의 삶을 찬란하게 지는 태양, 저녁노을로 만들어 주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들이 남긴 메시지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삶에 집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 수녀는 ”죽음을 잘 준비한다는 것은 삶을 잘 산다는 것”이라며 “죽음은 끝이 아니라 우리에게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소중한 사건”이라고 전했다.

책 속에는 수많은 슬픔의 순간이 담겼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완성할 수 있다고 손 수녀는 강조한다.

“누구도 경험한 적 없는 죽음은 막연하게 다가오기 마련이죠. 간접적으로나마 죽음을 앞둔 이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그 구체적인 과정을 안다면 모두가 힘들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구입 문의: 02-771-8245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