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향기 with CaFF] (57)알피니스트(Alpinist)

(가톨릭평화신문)
▲ 영화 ‘알피니스트’ 포스터.



영화 ‘알피니스트 - 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은 대한민국 산악 영화의 대표적인 촬영감독으로 알려진 임일진 감독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차례 히말라야 원정에 참여하면서, 셰르파와 산소 없이 알파인 방식으로 오르는 무명 원정대의 도전과 성공, 함께 했던 사람들의 안타까운 죽음까지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극한 환경 속에서 이색 풍경을 만드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모습부터 생사의 갈림길 속 설벽을 오르는 모습, 파키스탄 스팬틱 골든피크 원정대가 55일 만에 7027m 정상을 정복하며 대한민국 산악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등반대원들의 성공을 보여준다. 영광 뒤에는 숨겨진 고통이 따르듯 일상이 산에 오르는 일인 등산가(알피니스트)에게는 후원이 필요하고 후원을 받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한 도전을 해야 한다.

2011년 촐라체 스피드 원정대에서는 긴박한 진행 상황을 중계하는 임일진 감독의 목소리로 시작되어 긴장감을 선사한다. 촐라체 북벽 스피드 클라이밍 스타트 지점부터 벽의 각도나 눈 상태 등 어려운 등반 조건 속에서 정상을 공격하는 장면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2013년 바다에서 정상까지 도전하는 ‘FROM 0 TO 8848’ 에베레스트 무산소 원정대까지 4번의 대장정 중 2번의 사고로 동료들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히말라야에 대한 인간적인 두려움과 절망, 동료 서상호 대원을 잃고 난 뒤의 회한을 담고 있다.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원정대의 주인공들을 카메라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완성을 위해 인터뷰 추가 촬영과 재편집을 하던 임일진 감독은 2018년 김창호 대장의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에 참여하게 된다. 영화 후반부에 불의의 사고로 원정단이 히말라야에서 돌아오지 못했다는 영면 소식은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원정을 떠나기 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히말라야에 가보면 알게 된다. 스스로의 한계를 안 순간 마음이 편해졌다”는 임일진 감독은 카메라맨이자 진정한 산악인이었다.

영화 제목 ‘알피니스트(Alpinist)’는 높고 험난한 산에 도전하는 등산가를 뜻하는데,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높은 곳을 오르는 등산을 위해 영하 50℃의 추위와 산소의 부족도 극복하면서 등반을 완성하는 것이다. 8000m 이상 고도 지점은 기압이 낮아 대기 중의 산소량이 1/3로 줄어들고 급감하는 기온으로 공기에 노출된 신체 부분 어디든 동상이 발생할 정도이고 거센 바람 또한 등반자들에게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

‘나는 왜 산에 올라야만 하는가’ 하는 답을 찾기 위해 새로운 루트를 찾아 나서는 산악인들의 용기와 극한의 순간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거는 알피니스트의 모습은 숭고하고 아름답다.

2월 27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개봉을 잠정 연기한다는 보도를 접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에베레스트 등반의 생생한 모습을 그대로 촬영한 기록영화인 만큼 극장에서 만나보기를 추천하며 하루빨리 개봉되기를 기원해 본다.

▲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장,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