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되살린 ‘샘터’… 새롭게 행복의 길 찾을 것

(가톨릭평화신문)
▲ 독자들의 사랑으로 폐간의 위기에서 빠져나와 창간 50주년 기념호를 펴낸 월간 샘터 김성구 대표. 김 대표는 “샘터가 추구해온 행복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공감을 새로운 방법으로 확산시켜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담아온 월간 「샘터」가 심폐소생술로 부활했다. 지난해 12월을 끝으로 ‘사실상 폐간’ 결정이 났지만, 기적 같은 도움의 손길이 답지하면서 50년을 향한 자가호흡을 시작했다. ‘창간 50주년 기념호’로 나온 4월호에는 샘터가 걸어온 반세기의 추억이 담겼다.

“온 국민이 코로나 때문에 시름에 잠겨 있는데 50번째 생일을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사소한 일상이 얼마나 귀중한지,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목욕탕에 가는 별것 아닌 일상이 행복임을 깨닫는 절호의 기회이지요. 이것이 샘터가 50년 동안 추구해온 핵심가치입니다.”

17일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샘터 사무실에서 만난 김성구(프란치스코) 대표는 경영자로서 폐간 결정을 내려야 했던 지난해는 “7~8명의 직원이 한꺼번에 퇴직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으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1970년 4월에 창간한 국내 최장수 월간 교양지인 샘터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추구해왔다. 세상을 떠난 법정 스님, 고 피천득(프란치스코)ㆍ최인호(베드로)ㆍ정채봉(프란치스코) 작가를 비롯해 이해인(클라우디아) 수녀와 강은교(클라라)ㆍ정호승(프란치스코) 시인들이 샘터 지면을 빛내왔다. 누적되는 적자로 인한 경영난을 단행본 출간으로 버텨봤지만, 생존이 쉽지 않았다.

폐간을 알린 김 대표는 3박 4일간 남양주 불암산 아래에 있는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에 들어갔다. 마음에는 고통이 쌓였다. 스스로 밥을 해먹으며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기도에 참여했지만 피곤한 몸에 잠이 쏟아지기 일쑤였다. 기적은 마지막 날에 찾아왔다.

“새벽 미사 때 신부님이 시편의 한 구절을 읽어주셨는데…. ‘내 사랑하는 아들아! 내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짊어질 수 없는 십자가를 매게 하겠느냐?’는 말씀이었어요. 폭포가 가슴을 두들기는 것 같았습니다.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을 주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수도원에서 내려오는 길에 정신없이 울었다. 손에 들린 휴대전화로 안타까움과 위로, 격려, 배신감이 가득한 500여 통의 전화와 문자가 빗발쳤다. 본사로 찾아와 “샘터를 이어가 달라”며 후원금을 놓고 가고, 어머니의 유산 35만 원을 보낸 재소자도 있었다. 우리은행은 “국내 최고 교양잡지를 지키고 싶다”며 6개월간 5000만 원 지원을 약속했다. 인터넷을 통한 정기구독자가 2400여 명이나 늘었고, 6월 새 책을 내는 이해인 수녀는 인세를 사양했다. 독자들이 보내준 힘과 용기에서 하느님의 돌보심을 느꼈다. 사람들에게 행복의 권리와 의무를 알려줘야 한다는 첫 마음이 다시 솟아났다. 1970년 4월호 창간사에는 “평범한 사람들끼리 모여 가벼운 마음으로 의견을 나누면서 각자 행복의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 샘터를 내는 뜻”이라고 적혀 있다.

“하느님이 인간에게 준 선물은 행복의 권리와 의무입니다. 샘터의 가치를 이어온 신뢰를 바탕으로, 행복에 대한 공감을 넓혀가고 싶습니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 이야기를 들여다보면서 울고 웃었다. 올해 환갑인 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문제가 없는 집’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 해답을 샘터 독자들에게 얻었다. 11번 이상 암 수술을 받은 독자, 70세가 넘어 한글을 깨우쳐 몽당연필로 글을 써서 보내온 독자의 글을 보면서 누구나 다 삶에서 십자가를 지고 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그는 25년간 샘터를 이끌어온 아버지(고 김재순, 전 국회의장)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아버지와 함께 샘터를 25년씩 반반 이끌어온 셈이다.

“깊은 바닥으로 내려가면서 두려움이 있었지만, 발이 바닥에 닫는 순간부터는 어느 방향으로 올라가야 할지 알게 되죠. 비록 지금은 연명치료 상태이지만 함께 이겨내려는 직원들의 각오와 동참이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행복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