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향기 with CaFF (66) 저 산 너머

(가톨릭평화신문)

▲ 영화 ‘저 산 너머’ 포스터.


아스라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강가를 따라 머리보다 높게 옹기를 진 어른들이 걸어온다. 저 산 너머 어딘가로부터 이어오는 아버지의 걸음이 마지막 장면 저 산 너머 어디론가 향하는 아이의 걸음으로 이어진다. 힘들고 조금 슬프지만 푸르게 아름답다.
 

영화는 수환의 천진한 어린 시절이 어른들의 녹록하지 않은 삶과 씨줄 날줄로 엮이었다. 옹기를 구워 팔며 신앙을 이어온 신앙 선조들의 삶과 순교상황이 묵직하게 자리하며 순교자의 후손인 김수환 추기경님의 뿌리가 저 산 너머 어디를 걸쳐왔는지 보여 준다.
 

엄마 바라기 막둥이 수환은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이른 새벽부터 행상에 나선 엄마를 기다리며 길 너머를 바라본다. 뉘엿뉘엿 해가 져야 돌아오는 줄 알면서도 한길이 보이는 나뭇가지에 앉은 아이의 눈길은 낮부터 이어진다. 어른들의 눈에 어리석어 보이지만 아이의 마음은 오롯하다. 어린 수환의 그 그리움은 엄마에서 마을로 이어지고 근원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진다. 아이는 아이일 뿐일까? 아이는 아이 생각만 할까?
 

어린 시절, 나는 잔디가 있는 무덤가에서 놀고 자기도 했다. 꼬마지만 일생을 다 살고 떠난 분들은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해서 무섭지 않았다. 엄마에게 거기서 잤다고 혼이 난 것을 보면 누군가 가르쳐준 것 같지는 않다.
 

영화 속 어린 수환은 자기 생각이 있다. 사제서품식을 본 엄마가 신학생이 되라고 권하지만 대답하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버는 인삼가게 주인, 장사꾼이 되어 고생만 하는 어머니를 돌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씨앗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하느님이 심어놓은 씨앗이 있다고. 장사꾼의 씨앗, 엄마의 씨앗, 아빠의 씨앗, 사제의 씨앗 등. 아이는 자기 안에 사제의 씨앗이 있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질문한다. 그때 어머니는 알았을까? 막둥이 안에 사제의 씨앗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어머니는 매일 기도했고 아이는 끊임없이 질문했다.
 

영화 속에는 수환의 내면을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있다. 8남매의 막내인 수환에겐 동갑내기 조카가 있다. 생일마저 빠른 조카가 삼촌 대우는커녕 놀리기만 하자 싸움을 한다. 싸움에 진 조카가 억울해선지, 아파서인지 울어버리자 수환도 운다. 이겨놓고 왜 우냐는 조카의 질문에 수환은 이겨도 기쁘지 않고 슬프다며 운다. 아 그렇구나.
 

황순원의 ‘소나기’와 ‘탁덕 최양업’을 보게 하는 이 영화의 또 다른 백미는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 마을의 푸근한 정취와 배우들의 연기다. 낯익은 어른들의 진지한 연기와 놀이처럼 자연스러운 아이들의 연기가 참 좋다.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영화다.
 

4월 30일 극장 개봉

▲ 손옥경 수녀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