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동성당 건축 과정에서 만난 하느님 이야기

(가톨릭평화신문)

 

“신부님, 이런 훌륭한 나무를 도대체 어디서 구했습니까?”
 

“하느님께서 주셨습니다.”
 

2014년 가회동성당을 건축한 당시 본당 주임 송차선(서울 용산본당 선교담당) 신부가 성당 마당의 한옥에 감탄하던 전문가와 나눈 대화다. 흔히 목수들은 “집을 지을 때 나무는 하늘이 내려준다”고 하는데, 그 구하기 힘들다는 튼튼한 국내산 소나무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의 이끄심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소나무는 사찰 건축에 쓰려고 벌목했다가 계획이 취소돼 보관 중이었는데, 결국 하느님 성전을 짓는 데에 쓰인 것이다. 송 신부는 이처럼 “하느님을 빼면 설명이 안 된다”며 건축 과정 중에 겪은 신비한 하느님 섭리를 책을 통해 풀어냈다.
 

단아한 한옥과 현대적 양옥의 놀라운 조화를 이룬 성당. 2014년 전통 한옥을 품은 성당으로 재탄생한 이후 많은 이가 찾는 서울 한복판 신앙 명소로 꼽히는 곳. 전통미와 아늑함으로 예비 신혼부부들의 혼인성사 예약 1순위로 꼽히는 성전.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 자리한 가회동성당이다.
 

가회동성당을 건축할 당시 교적 신자 수는 1600여 명. 대부분 고령 신자였던 상황에서 자력으로 성당을 새로 짓는 것은 불가능했다. 성당 부지는 340평 정도에, 고도 제한으로 높이 12m 이상은 지을 수 없는 난관도 컸다. 더구나 일반 대학 건축학도 출신이었던 송 신부가 건축 관련 서적들을 쓰레기통에 버린 지도 이미 오래전이었다.
 

성전 건축 콘셉트를 세우는 데만 1년여. 송 신부는 교회사 관련 자료들을 뒤져 성당 인근 최인길 마티아의 집이 주문모 신부 주례로 한국 교회 최초의 미사가 봉헌된 곳임을 재차 연구해냈다.
 

송 신부는 건축 과정 내내 성당은 주임 신부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지어주신다는 체험을 경험한다. 성전 기금 마련을 위해 내놓은 본당 소유의 서울 삼청동 로마나의 집은 팔릴 기미가 없었고, 4억 원이 넘는 파이프오르간과 성물 비용 마련도 큰 고민이었다. 거기다 생각지 못하게 찾아온 암 수술까지. 그러나 신자가 아닌 이가 가진 돈을 기꺼이 내어놓고, 어느 날 불현듯 로마나의 집 매수자가 등장하는 일까지. 사제가 ‘하느님의 집’을 짓는 과정 중에 경험한 수많은 신비한 일이 가회동성당의 또 다른 역사처럼 읽힌다. 하느님이 가회동성당에 보내주신 은인과 신비한 이야기가 셀 수 없이 이어진다.
 

송 신부는 “책을 쓴 목적은 철저히 하느님의 뜻과 힘, 우리에게 베풀어주시는 사랑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라며 하느님 영광을 위해 사명을 다한 사제의 작은 신앙고백임을 재차 밝혔다. 가회동성당이 이후 건축문화대상, 올해의 한옥상 등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서도 “이 성당이 어떤 곳인지, 교회사에서 왜 중요한 성당인지 세상에 알려야 했다”며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시는 하느님께서 상을 받도록 섭리하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실제 그것이 이뤄졌을 뿐”이라고 썼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