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향기 with CaFF] (81) 소년 아메드

(가톨릭평화신문)



벨기에에서 사는 열세 살의 무슬림 소년 아메드(이디르 벤 아디 역)는 아랍계 아버지와 벨기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또래 아이들처럼 평범했던 아메드는 동네 슈퍼 주인이자 젊은 급진적 이슬람주의자 이맘(오스만 모먼 역)의 영향을 받는다. 맹목적으로 그의 말을 맹신하면서 삶의 기준도 모두 그에게 맞춘다. 좋아하던 컴퓨터 게임도 끊고 긴 팔만 입는 등 일상생활에서도 변화를 보여 가족과도 갈등을 빚는다. 극단적 교리를 설파하는 이맘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며 세뇌당한 아메드는 어릴 적부터 자신을 가르쳐준 이네스(미리암 아케듀 역) 선생님이 히잡도 쓰지 않고, 남자친구를 사귄다는 이유로 배교자라고 하며 악수는 물론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아랍어를 쉽게 배울 수 있게 코란이 아니라 노래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에 대한 반감은 심해지고, 자신이 직접 배교자를 처단한다며 신의 이름으로 칼을 잡는 충격적인 행동에 나선다.
 

결국 아메드는 소년교정센터로 보내지고, 사회복지사와 심리상담사 등 주변 어른들의 노력과 농장체험에서 만난 소녀 루이즈의 영향으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는 듯하지만, 여전히 신념을 잃지 않는 모습 때문에 관객은 ‘이 어린 소년을 어떻게 하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영화에 점점 몰입하게 된다. 전문 배우가 아닌 아메드의 연기는 웃음기 없는 무표정한 모습과 시종일관 어설픈 행동을 보여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영화는 벨기에 출신 형제 감독인 장피에르와 뤽 다르덴의 절제된 연출 덕분에 매우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다르덴 형제는 이슬람 성전에 나가기 위해 자국을 떠나는 젊은이들을 보고 이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며 “우린 늘 현재를 다룬 영화를 만들어야 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종교적 광신주의에 사로잡혀 달라진 소년들의 현재를 다룬 것”이라고 했다. 벨기에는 유럽 국가 중에서 무슬림 인구 비율이 높은 편이고 대부분의 무슬림은 이민자 또는 이민자의 후손으로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아메드가 기도문을 외우고, 기도시간을 철저히 지키며 기도 전 손을 씻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이슬람 문화와 종교를 엿볼 수 있다.
 

작품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안했던 감정이 해소되고 잔잔한 감동을 준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일을 저지른 아메드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더라도 최소한의 참회와 용서를 구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 아메드는 아직 엄마 품에서 보호받아야 하고, 학교와 사회가 함께 지켜줘야 할 소년이기 때문이다.
 

본편에는 배경음악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 긴장감을 주는데,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조용히 흐르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21번은 긴 여운을 남기며 평안함을 준다. 아메드의 빗나간 믿음이 불러온 충동적 행동은 우리를 놀라게 하지만, 그의 기도하는 자세와 믿음에 대한 신념만큼은 진짜이기에 본받고 싶을 만큼 부러운 생각이 든다. 아메드가 기도한 것처럼 우리도 주님에게 ‘주께서 하신 일들을 저희가 본받게 하시고, 항상 주님과 함께하기를 원한다’는 기도를 드려야겠다.


이경숙 비비안나 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