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시인 사진전 ‘길’

(가톨릭평화신문)
▲ 광부의 길. 라 카페 갤러리 제공



“먼 길을 걸어온 사람아 아무것도 두려워 마라. 길을 잃으면 길이 찾아온다.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박노해(가스파르) 시인이 길에 대해 묵상해 볼 수 있는 사진 전시회를 마련했다.

박 시인은 지난 20여 년간 지구의 유랑자로 지도에도 없는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37점의 흑백 사진에 다양한 길 위의 풍경과 삶을 담았다.

높은 안데스 고원길과 인류 최초의 문명길인 차마고도, 눈 덮인 만년설산과 끝없는 사막길, 정겨운 골목길과 아름드리나무 숲길, 노동자들의 설레는 귀향길과 할머니의 마지막 순례길, 배움에 목마른 아이들이 먼 길을 걸어 모여든 길 위의 학교, 길마저 끊긴 분쟁의 땅과 눈물 흐르는 지구의 골목길까지. 박 시인은 우리를 저마다의 ‘다른 길’로 안내한다.

박 시인은 “길을 잃어버리자 길이 내게로 걸어왔다”며 “우리가 세워야 할 것은 계획이 아니라 내 삶의 목적지”라고 전한다.

“무엇이 이토록 지친 나를 걷게 하는가. 사랑만이 나를 다시 걷게 한다. 나는 사랑 안에서 나를 잃어버린다. 사랑 안에서 길을 잃어버린다. 그러면 사랑이 어디론가 나를 데려다 주리라. 나를 향해 마주 걸어오고 있는 너에게로, 아직 내가 모르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에게로. 나만의 빛나는 길은 잘못 내디딘 발자국들로 인하여 비로소 찾아지고 길이 되는 것이니. 먼 길을 걸어온 사람아. 아무것도 두려워 마라. 길을 잃으면 길이 찾아온다.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박노해 사진에세이 03 「길」 서문 중)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 ‘길’은 2021년 3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회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오전 11시~오후 10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문의 : 02-379-1975, 라 카페 갤러리(www.racafe.kr)

도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