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향기 with CaFF] (83) 카일라스 가는 길

(가톨릭평화신문)




“산들을 향하여 내 눈을 드네. 내 도움은 어디서 오리오? 내 도움은 주님에게서 오리니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이시다.”(시편 121,1-2)

정형민 감독의 다큐멘터리 ‘카일라스 가는 길’은 영화감독인 아들이 84살 노모를 모시고 티베트의 카일라스 산으로 가는 특별한 여정을 담고 있다. 불교의 우주관에서 세상의 중심에 있는 카일라스산(수미산)은 티베트 사람들이 오체투지(삼보일배)를 하면서 라싸를 거쳐 카일라스 산까지의 고행의 순례길로 유명하다.

감독과 어머니는 티베트에서의 이런 일반적인 순례길과 다른 길을 간다. 바이칼 호수, 몽골 대초원, 고비 사막, 알타이 산맥, 타클라마칸 사막, 파미르 고원, 티베트 카일라스 산까지의 약 1만 7000㎞에 달하는 긴 여정을 보여준다.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자식을 키우느라 한 번도 외국에 나가보지 못한 어머니는 왜 이 순례길을 선택하셨을까? 열심한 불교 신자인 어머니는 불교 성지로의 여정을 통해 남편을 비롯한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자 한다. 일반적인 여행이 아닌 순례길을 떠난 어머니는 끊임없이 기도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대자연 앞에서 조용히 머물며 묵상하고, 부처님과 친구처럼 대화하며, 어려운 순간에는 무사히 이 순례를 마치게 해달라는 기도를 올린다.

어머니의 기도는 자신과 가족의 복을 비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을 그 대상으로 한다. 세월호 사고가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추운 바닷속에 갇혀버린 아이들과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순례길에 만난 너무나 가난한 이들이 굶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그 기도 안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그 순례의 여정을 완성해 나아간다.

신앙의 관점에서 우리의 일생을 바라본다면 하느님에게서 나와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여정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이 광야에서 40년간 헤매다가 약속의 땅에 들어가는 것처럼, 우리도 광야와 같은 일상의 삶을 살다가 마침내 천국 본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우리의 일상은 무엇으로 채워지고 있는지 반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바쁜 삶과 현실적인 어려움에 갇혀 삶의 자리와 목적을 잃어버리고, 영적인 것 대신 세상의 가치와 재미에 빠져서 살아가지는 않는지?

하느님께서는 주어진 한정된 시간 안에서 우리를 끊임없이 영원한 행복으로 초대하신다. 그 초대에 응답하는 데 필요한 것은 나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기도 대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주 기도하고, 복음의 가치를 나누는 실천이다. 시대의 아픔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코로나19로 삶의 어려움에 직면한 이웃을 기억하며, 영적인 삶을 추구할 때 우리의 일상은 주님의 산으로 향하는 구원의 순례길이 되어갈 것이다.



조용준 신부

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