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와의 첫 만남」…위대한 신학자에게 큰 울림 전한 기도 영성 조명

(가톨릭신문)

20세기 가톨릭교회 신학에 큰 획을 그은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추기경(Hans Urs von Balthasar, 1905~1988)은 1945년 예수회를 탈퇴하고 성직자와 평신도로 구성된 재속 수도회 ‘요한공동체’를 설립한다. 여기에는 그의 삶에서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스위스의 내과 의사이자 현대 신비가인 ‘하느님의 종’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Adrienne von Speyr, 1902~1967)와의 만남이 배경으로 자리한다.


이 책은 발타사르 추기경이 27년 동안 긴밀히 협력했던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의 생애와 영성을 소개한다. 아드리엔과 나눈 이야기와 함께한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됐다.


개신교 신자였던 아드리엔은 어린 시절, 성모 마리아와 이냐시오 성인을 만나는 신비 체험을 했다. 이후 가톨릭으로 개종하면서 신비가로서 새로운 길을 걸었다. 많은 현시를 보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술한 다양한 작품을 남기고 선종했다.


지인의 소개로 영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아드리엔을 알게 된 발타사르 추기경은 그의 영적 지도자로 동반하며 그가 가톨릭 신앙 안에서 영적으로 성장하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과정에서 발타사르 추기경도 아드리엔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여러 기회를 통해 발타사르 추기경은 아드리엔에게서 영향받은 신학적 영성적 전망을 언급하고, 자신이 쓴 작품들의 신학적 원천이 아드리엔의 영성에 있다고 고백했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도 “아드리엔이 제게서 받은 것 보다 아드리엔에게서 훨씬 더 많은 신학적인 가르침을 받았다”며 “27년 동안 고해 사제이자 영적 지도자로서 아드리엔의 내적인 삶을 세밀하게 관찰했지만, 아드리엔의 소명이 참되다는 것과 그가 자신의 소명을 실천하며 보여 준 겸손함과 순수함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밝힌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됐으며, 1부는 3개 장에 걸쳐 아드리엔의 생애, 중요한 신학적 과제와 은사, 모든 작품에 대한 개요를 담았다. 2부는 아드리엔이 자신에 대해 남긴 진술을 모았다. 이 진술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아드리엔의 외적 삶과 숨겨진 내적 삶을 조명한다. 3부는 아드리엔이 썼거나 제3자가 받아 적은 기도문들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독자들은 아드리엔의 사상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발타사르 추기경은 특히 3부에 소개한 기도문에 대해 ‘아드리엔의 정신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언급했다.


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서 하느님을 향한 사랑이 얼마나 깊고도 의미 있는지 보여주는 책은 아드리엔의 신학과 영성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깨닫는 데 도움을 주며, 그 가르침을 오늘날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도록 한다.


발타사르 추기경의 신학은 ‘교회의 정통 가르침과 현대적인 감각이 더할 나위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늘 무릎 꿇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신학에 임했다는 그의 사상에서는 ‘영성적인 전망’을 살펴볼 수 있다.


윤주현 신부는 “발타사르 추기경과 그의 영성적인 전망 이면에 자리했던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 작품들은 신학적 내용이 확실히 보장된 동시에 깊은 영성적 전망이 스며있는 보화"라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