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인식과 시대정신」…20주기 맞은 구상 시인 색다른 문학 세계 첫 선

(가톨릭신문)

고(故) 구상 시인(요한 세례자·1919~2004) 20주기 기념사업으로, 그가 쓴 글 가운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미발굴 작품들이 세상으로 나왔다. 기존에 발간된 구상 시인 전집이나 총서에 묶여 있지 않은 산문과 사설 등 그가 초기 활동에 남긴 다양한 형태의 글들이 담겨 있다. 책에 실린 내용은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한명수(미카엘) 씨가 십수 년 동안 수집해온 작업 결과의 일부다.(본지 2024년 1월 14일자 21면 보도)


책에는 구상 시인의 미발굴 시와 산문, 평문, 사설, 대담 등이 구분 지어 실려 있다. 각 작품 앞에는 발표 배경과 관련 내용, 작품 뒤에는 한 시인이 쓴 평론 등이 첨부돼 있다. 1948년 ‘상화시비’(尙火詩碑) 제막식에서 헌시를 낭독하는 구상 시인의 모습, 구상 시인의 친구였던 화가 이중섭(1916~1956)이 담배 은지에 그린 그림 등 색다른 장면도 만날 수 있다.


한 시인이 구상 시인의 미발굴 작품을 수집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구상 전집’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훗날 구상 시인에 대한 총체적 연구가 이뤄진다면 그 작업에 필요한 기본 자료가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한 시인은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본지와 인터뷰에서도 한 시인은 “저보다 구상 선생님을 더 좋아하시는 학자들이 제가 발굴한 자료들을 토대로 그 의미와 가치를 현재에 되살릴 수 있는 작업들을 이어가실 수 있도록, 저는 그저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데에는 구상 시인의 제자 이진훈 시인(구상선생기념사업회 이사)의 공로가 크다. 한명수 시인의 작업을 알게 된 이 시인은 구상 시인으로부터 함께 배웠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76학번 동기들과 선후배들의 힘을 모아 발간 기금을 마련했다. 이 시인은 발간사를 통해 “구상 은사님은 1976년부터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강의를 시작하셨고, 76학번 제자들에게 특별한 애정을 쏟으셨다”며 “이 책이 구상 시인의 문학과 사상은 물론 영성(靈性)을 연구하는 데 큰 보탬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