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역사에서, 특히 역사의 검은 페이지에서 배워야 합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억’을 강조하며 거듭 강조한 말이다. 기억이야말로 인생에 가장 중요한 틀을 제공해 주기에 그만큼 가치가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역사는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지만,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전해주는 생생한 목소리에서도 배울 수 있다.
이 책은 역사를 관통하며 펼쳐지는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다. 이탈리아 메디아셋 방송의 파비오 마르케세 라고나 바티칸 전문 기자가 프란치스코 교황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교황의 목소리를 통해 20세기와 21세기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들을 짚어보는 특별함이 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당시 세 살이었던 호르헤 마리아 베르골료는 이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의 시기를 독자들의 손을 잡고 떠난다. 그리고 자신이 기억하는 사건들을 통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되돌아본다. 1969년 온 세계가 달착륙을 지켜보던 역사적 순간의 젊은 호르헤, 2001년 미국 9·11 테러 사건이 발생했을 때의 베르골료 추기경 등 생애에 걸쳐 목격한 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목자의 회고록이다.
나치의 유다인 학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 비델라의 군사 쿠데타, 베를린장벽 붕괴, 경제 대침체,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 등 자기 삶과 얽혀있는 사건들을 기억이라는 보물 상자를 열어 특유의 솔직함으로 풀어놓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들려주는 목소리와 보조자로서 라고나 기자가 당시 상황과 배경을 설명하는 목소리가 번갈아 등장하는 형식이어서, 독자들은 교황이 전하는 말의 세부 정보들을 더욱 이해하기 수월하다.
평생을 가장 가난하고 어렵고 소외되고 외면당하는 사람들 편에 섰던 호르헤 마리아 베르골료는 교황의 빨간 구두를 신기보다, 양 냄새 풍기는 목자로 남기를 택했고, 또 그 모습으로 살아왔다. 소박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은 그래서 우리의 일상과 닮아있고, 어려움과 힘든 시기를 사는 이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위로로 다가온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은 추천의 글에서 “책은 단순히 교황의 초상이 아니라, 항상 열린 마음과 정신으로 복음을 따르고 시대의 징후에 주의를 기울이며 다른 이들을 섬기고자 낮은 자세로, 헌신적으로 노력한 한 목자의 증거”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이 담긴 책을 통해 교황과 한국 백성의 마음이 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