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미술계 원로 정대식 화백 작품 한자리에

(가톨릭평화신문)
 
주님의 부활, 2006년.


성령이시여 등 6개 테마 구성

60여 년 신앙·작품 세계 조망

20일까지 명동 갤러리 1898



한국 가톨릭미술계의 원로 정대식(마티아, 85) 화백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개막했다. 바로 ‘찬미받으소서! 정대식 묵상전’.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순 시기와 부활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60여 년 작가로 걸어온 고통과 영광의 시간 속에 깃든 신앙의 여정을 살펴본다.

지난 1966년 아내와 함께 세례를 받은 정 화백은 “주님께서 주신 재능으로 신앙생활 속에서 봉사하며 살아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계기로 1972년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의 야외 성모 동산을 조성하고, 지금은 소실된 철재를 이용한 14처 조각상과 석등을 제작해 기증했다. 이후 회화는 물론 목조각, 청동과 칠보를 접목해 본격적인 성미술 작업을 이어나갔다.

화백이 작업한 대부분의 성화는 성령(새)·십자가·성체·바보 예수·하늘에 핀 꽃 등 단조로운 형태로 형상화됐다. 평생을 즐겨 표현한 산과 바다를 주제로 한 단순화된 형태와 원색의 표현도 종교 작품에 그대로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서는 △성령이시여 △바보 예수 △선조들의 넋 △주님과 성모, 아기 예수 △부활과 성체 △십자가 등 총 6개의 테마로 이들 작품을 담았다. 물·옹기토·청동·칠보·산호·나무·주석·돌 등 다양한 재료로 빚은 다채로운 작품 약 60점이 소개된다.

먼저 ‘성령이시여’에서는 비둘기와 빛의 상징으로 형상화된 성령의 존재를 강렬한 색채와 단순화된 형태로 담아냈고, ‘바보 예수’에서는 다양하게 표현된 ‘바보 예수’의 개념을 작가만의 독창적인 붓 터치가 살아 있는 유화와 칠보 작업으로 선보인다. ‘선조들의 넋’에서는 박해 속에도 믿음을 굳건히 지킨 신앙 선조들을 기리기 위해 옹기토 작업으로 한국적인 신앙의 뿌리를 상징했고, ‘주님과 성모, 아기 예수’에서는 성모님의 크신 사랑은 신앙의 표현을 넘어 연약한 우리들의 고통을 나누어주신 희생과 사랑의 샘임을 표현했다. ‘부활과 성체’에서는 거룩한 부활의 영광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역동성을 지닌 대담함으로 표출했고, ‘십자가’에서는 현실적 고난과 인간적인 요소를 강조한 목조각과 신적 영광과 부활의 희망을 상징하는 칠보로 영적인 깊이가 묻어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업 중인 정대식 화백.
 
십자가, 1980년.
성령이시여, 2017년.
 
바보예수, 2001년.


정 화백은 “나의 작품들은 특유의 강한 색채와 독자적 화풍, 표현주의 기법, 자유로운 조형세계를 유영하는 작업 등 다양하게 평가되지만, 나는 그 무엇보다 하느님의 평가, 그분의 말씀에 응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도 예수님의 부활을 준비하는 기도와 묵상의 시간, 영적 울림과 내적 성찰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화백은 2016년 대한민국 미술인상 원로작가상을 수상했고, 2021년에는 우리나라 종교미술에 크게 이바지한 공로로 제24회 가톨릭미술상 특별상을 받았다. 1978년부터 지금까지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 회원으로 1981년 조선교구 150주년 기념 미술전, 1984년 한국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현대종교미술 국제전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미술심리치료 서적을 발간하며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에서 미술심리치료를 담당했고, 원주교구 황지본당 탄광촌 신자 가족과 서울대교구 한국가톨릭레드리본에서 에이즈 환자에게 미술심리치료 등의 봉사활동도 펼쳤다.

정 화백의 신앙과 작품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주님 부활 대축일인 20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 갤러리 1898 제1,2전시실에서 열린다.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2-727-2336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