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2023년 10월 19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이민자와 난민을 위해 기도하는 주교대의원회의 참석자들과 함께 침묵의 시간을 나누고 있다. 교황 뒤에 있는 조각품은 캐나다인 티모시 슈말츠의 작품 ‘Angels Unawares’로 이민자를 태운 배를 묘사하고 있다. OSV
제2차 세계대전부터 현재까지
중요한 역사적 사건 돌아보며
자신의 삶·생각 진솔하게 풀어내
나의 인생 / 파비오 마르케세 라고나 / 염철호 신부 옮김 / 윌북
프란치스코 교황의 또 다른 자서전이 출간됐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2024년 봄에 선보인 「나의 인생」. 이탈리아 민영 방송사 메디아셋의 바티칸 전문 기자 파비오 마르케세 라고나가 교황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책이다.
「역사를 통한 나의 이야기」라는 원제에 맞게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는 특별한 증인의 목소리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유대인 학살, 달 착륙, 베를린 장벽 붕괴, 9·11 테러, 코로나19 팬데믹 등 20세기와 21세기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들을 돌아본다. 이주민 가정에서 태어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Jorge Mario Bergoglio)가 2013년 최초의 라틴 아메리카 출신 교황이 되기까지 진솔한 삶의 이야기와 생각들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주민과 가난한 사람,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그토록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를 풀어낸다.
평소 교황이 전해온 전쟁·동성애·교회 개혁·기술 발전 등에 관한 메시지도 담겨 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을 멈출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의향이 있다고 거듭 말하며, 잔학 행위를 멈출 것을 촉구한다. 또 교회는 사회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며, 교회 안에서 여성의 자리가 넓어져야 한다는 의지도 드러낸다.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적으로 전하는 메시지와 보조자로서 당시 상황과 배경을 설명하는 저자의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노인이지만 젊은 마음을 지닌’ 교황의 목소리를 통해 지금을 살아가는 세대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강조한다.
“그러나 잊지 마세요, 사는 법을 배우려면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언제나 승리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함으로써 우리는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장벽을 허물고, 갈등을 극복하며, 무관심과 증오를 물리칠 수 있습니다.”(291쪽)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한 달여간 입원 치료를 받았던 만큼 “베드로 후계자로서의 사명이란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이어지는 것이어야 한다”는 글귀도 눈에 띈다.
“누군가는 제가 조만간 입원해서 그런(교황직을 포기할) 발표를 하기를 바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럴 위험은 없습니다. 주님 덕분에 저는 건강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아직 결실을 맺어야 할 프로젝트가 많이 남아 있거든요.”(290쪽)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은 추천글에서 “모든 이를 사랑하고 섬기는 평범하고 좋은 할아버지이신 교황님 곁에서 매일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한국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위로와 새로운 내면의 힘을 얻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우리말 번역은 부산가톨릭대학교 부총장 염철호(부산교구) 신부가 맡았다.